[취재수첩] 오스템임플란트와 멸공, 코리아디스카운트

입력 2022-01-13 17:33   수정 2022-01-14 10:17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만 없어도 코스피지수가 단번에 4000까지 거뜬할 텐데….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더블 디스카운트’ 될 지경이니 답답합니다.”

요새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을 만나면 늘 듣는 하소연이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엔 잇따라 악재가 터졌다. 그중 빅 뉴스는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이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중견기업의 회계 담당 직원이 회사 자본금보다 더 큰 돈을 빼돌렸다.

이 사건에서 잘못도 없이 큰 피해를 본 이들은 2만여 명의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다. 거래 정지 기간이 1년을 넘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개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횡령 사태는 상장사의 허술한 내부 감시 시스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더 허술한 감시 시스템의 합작품이다. 개인 투자자의 손해를 막을 순간은 있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법인 계좌에서 막대한 금액이 개인 계좌로 흘렀을 때 은행이 이를 수상하게 여겼다면, 회계 담당 이씨가 동진쎄미켐 지분 7.62%를 사들였을 때 당국이 투자 금액의 출처를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씨의 ‘지분 공시 힌트’에도 횡령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을 부른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상장 직후 스톡옵션 매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다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상장 후 기업은 주주의 것이고, 최고경영자(CEO)와 오너는 지분율만큼만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른 체하는 기업인이 너무 많다”고 했다. ‘회사는 내 것’이라는 인식에서 주주를 무시하는 의사결정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코스피지수 3300을 터치한 역사적 해였다. 그러나 ‘한국 증시가 질적으로도 성장했냐’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1경원(1조원의 1만 배)대 기관 주문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축배를 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도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가 터지고 9거래일 만에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시장에서 1조2230억원어치를 내다판 것을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선진 시장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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