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와 기자 간의 전화 녹취록 공개를 놓고 보도를 준비 중이었던 MBC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국민의힘 측이 14일 의견을 전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이날 오전 11시 국민의힘이 김 씨 명의로 MBC에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진행한다.
MBC는 앞서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측으로부터 7시간 분량 통화 녹음 파일을 건네받아 16일 방송을 준비 중이었다. 이에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 대변인은 측은 지난 13일 "서울의소리에서 촬영을 담당하는 A 씨가 김 씨에게 처음 접근할 때부터 마지막 통화까지 어떠한 사전 고지도 없이 몰래 녹음해 불법 녹음파일임이 명백하다"면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방송금지 가처분은 방송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할 거라 예상되는 경우 법원이 방송을 사전에 금지하는 제도다. 권리가 명확히 특정돼야 하고, 그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에 따라 법원에서는 해당 녹취록의 공익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녹취록은 김 씨와 서울의소리 A 씨의 대화록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내용 뿐 아니라 김 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대변인은 "A 씨가 (김 씨에게) 접근한 과정, 대화 주제, 통화 횟수, 기간 및 내용을 보면 '사적 대화'임이 명백하고, 도저히 '기자 인터뷰'로 볼 수 없다"며 "처음 접근할 때부터 마지막 통화까지 어떠한 사전 고지도 없이 몰래 녹음하여 불법 녹음파일임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사적 대화는 상대방의 말에 마음에 없는 맞장구를 쳐주거나 상황을 과장하거나 진심과 다른 말도 할 때도 있다"면서 "감정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격한 말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녹취록 자체의 불법성도 주장하고 있다. A 씨가 김 씨와 통화하며 '언론인터뷰'라 밝히지 않았고, '사적대화'에 해당하는 내용을 녹취해 공개할 경우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것.
수석대변인은 "공영방송이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한 불법 파일을 입수한 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시기에 맞춰 편집·왜곡 방송한다면 그 자체로 선거 개입"이라며 MBC가 예고한 방송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더불어 "대화 당사자 일방이 몰래 녹음한 파일은 전체 대화 내용을 듣지 않는 이상 반론권 행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대화의 맥락을 잘라 보여주고 반론권을 행사하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몰래 녹음하고 제삼자에게 유포한 것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된다며 A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방송금지 신청이 인용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법원은 2014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형수 욕설' 영상의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2005년 MBC의 안기부 X파일 보도 당시 법원은 불법적인 도청으로 확보한 녹취가 방송되는 것은 금지했지만, 내용의 공익성은 인정해 보도 자체는 허락했다.
MBC는 "방송을 준비 중이나 법원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울의소리 측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다른 방송사를 통해서라도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