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1월 기준금리를 현행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주상영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1.0%로 동결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 연속 인상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2개월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앞서 한은은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같은해 5월에 사상 최저인 연 0.5%로 추가 인하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오늘 금리 인상을 진행한 배경으로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가 크다고 얘기한 바 있다"며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맞춰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1.50%로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순 없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가계부채 규모가 축소됐지만,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2000억원 줄면서 지난해 5월(-1조6000억원) 이후 7개월 만 감소세로 전환했다.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세다.
이 총재는 "12월엔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큰 폭으로 둔화했고, 주택 가격 상승 기대도 예전보다 약화되면서 주택거래가 감소했다"면서도 "이런 추세가 계속갈 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출수요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연초 금융기관 대출이 재개되면서 증가세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고, 주택가격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추세적인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초 미국이 조기 긴축을 시사했지만,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테이퍼링이 곧 끝나고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이고, 양적긴축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신흥국의 경우엔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예상외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른 신흥국과 저희 사정은 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미 Fed 정책이 반영된데다 우리 경제는 소위 대외 건전성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어, 크게 우려하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운용에서도 미국보단 국내 경제 상황을 더 중요시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은의 경우엔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면서 먼저 움직였다"며 "중앙은행(Fed)보다는 선제적으로 했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중요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Fed의 통화정책 긴축 강도가 세진다면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2% 이상 상승한 품목의 개수가 연초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비중이 큰 게 외식물가"라며 "외식물가는 하방경직성이 있고, 품목의 상승세 및 확산세가 상당히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공급병목에 따른 상승 압력도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거에는 자동차 등 일부 내구재에 불과했지만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실제로 올해 들어 업체들이 가격을 전가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런 걸 감안하면 3%대 흐름이 꽤 가겠다는 생각이지만, 하반기엔 기저효과가 있어서 상승률 자체는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민간 소비의 회복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춤해졌지만, 기조적인 회복 흐름은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과거보다 경제주체들의 감염병 적응력이 높아졌고, 서비스 소비는 타격을 받고 위축돼 있지만 재화소비가 이를 커버 및 상쇄하는 걸 알 수 있다"며 "소비는 기복을 보이지만 기조적인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 품목인 IT 재화의 글로벌 수요가 상당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출은 성장은 뒷받침하는 중요한 팩터(요소)가 될 것으로, 수출 호조와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으로 국내 경제도 꾸준한 회복세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재정 역할로 해야하는 측면"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3차례 인상되면서 늘어난 이자는 9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총재는 "이자 부담 때문에 추가 금리인상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통화정책은 거시정책"이라며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을 보고 운용해 나가야 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자 부담에 따른 가계 소비 제약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체 소비 규모를 감안하면 가계 소비를 제약할 규모는 아니라고 본다"며 "사실상 가계는 흑자 주체로, 자산을 갖고 있어 이자 수익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취약차주는 상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상당 부분이 고신용자 중심으로 부채가 많이 늘었는데 75% 정도가 고신용자가 차지한다"며 "연체율도 높지 않은 상황이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자본의 적정성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 인플레가 가속화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니 거기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며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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