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시대에 최적화"…유니버셜보험이 뭐길래 [더 머니이스트-김두철의 보험세상]

입력 2022-01-19 08:01   수정 2022-01-19 10:08


최근 유니버셜보험 관련 소비자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금융당국은 판매 과정에서 상품 기능 및 주요 내용 등에 대한 안내가 미흡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니버셜보험은 상품구조 자체가 독특한 상품입니다. 특성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가입자가 내용을 혼동하거나 판매자가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여지가 있습니다. 원래 개발 의도와 상관없이 보험사가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기 때문에 설명에 필요한 논리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단 점도 유의해야 할 요소입니다.

유니버설보험은 미국에서 1970년대 후반에 처음 상품화된 보험입니다. 고금리가 지속해 생명보험회사의 자금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빠져나가고 보험 가입이 축소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구상됐습니다. 당시 보험회사는 다른 금융기관들과 수익률 측면에서 경쟁할 수 있으면서 융통성이 뛰어난 생명보험상품이 필요했습니다. 신상품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품설계가 혁신적이어야 하며 보험 운용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상품설계의 혁신은 생명보험상품에 내재하는 저축과 보장의 성격이 각각 움직이는 분리형(unbundled) 상품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다만 고금리에 최적화된 상품이었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많은 변형이 시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변액보험의 특성을 담은 변액유니버셜보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을 근간으로 설계되기도 합니다.

유니버셜보험은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합니다. 보험보장을 얻기 위해 쓰이는 비용이 적을수록 저축이나 투자 목적의 계약자적립금 축적에 더 많은 금액이 투여됩니다. 미국 세법상 생명보험상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망 보장도 확보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보험료가 비싸고 기간도 무한정인 종신보험 대신 정기보험이 주로 사용됩니다. 가입자에게 최대의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 무배당보험의 형태입니다. 보험료나 보험 급여 등 여러 계약 요소의 값을 고정해 놓지 않고 주기적으로 조정해 보험자의 이익을 가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가입자에게 획기적인 상품의 특성은 융통성입니다. 보험계약자는 사망 보장에 대한 필요, 재정 능력 및 상황에 맞게 보험계약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융통성의 초점은 납입유예가 아니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여윳돈을 보험회사에 더 낼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데 맞추어져 있습니다. 고수익과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보험료에 들어가도록 말이죠.

유니버설보험 개발 당시 미국의 타 금융권에선 액수 제한 없이 납부된 보험료에 대해 고수익을 제공하는 보험상품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수익성이 높은데 세제 혜택까지 갖추면 위협적인 금융상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타협안으로 계약자적립금과 사망보험금이 일정한 패턴을 따라 움직이거나, 특정한 관계가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추가 납부가 허용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보험회사도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사망보험금의 증액을 무조건 허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국내 유니버설보험은 보험료 납입 및 사망보험금 측면에서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종신보험 또는 연금보험에 유니버셜의 기능이 부가됩니다. 보장성으로 정의된 종신보험이 주를 이루므로 보장성보험으로 분류됩니다. 보험료는 보통 가입 시 정해진 금액을 냅니다. 외국에서는 최저납입금액을 정하지만, 우리는 의무납입기간을 정합니다. 의무기간이 지나서야 보험료 납부가 자유로울 수 있고, 적립금 일부를 인출할 수 있습니다.

추가납입은 처음에 산출된 보험료의 두 배까지만 허용됩니다. 사망보험금은 보험기간 중 계약자의 선택에 따라 증액 또는 감액할 수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의 증액은 초과납입액의 원금만큼만 허용됩니다. 납입한 보험료 중 예정사업비를 제외한 순보험료가 공시이율로 부리돼 계약자적립금에 추가됩니다. 판매실적을 보면 초회보험료의 총액은 늘어나지만, 신계약 건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본래 유니버셜보험은 가입자가 꿩 먹고 알도 먹도록 설계된 생명보험상품입니다. 보험보장은 필요한 대로 받으면서 쌈짓돈을 효율적으로 굴려 목돈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계좌에 축적된 적립금은 장기간의 보험기간 동안 맥없이 묶여있지 않고 효율적으로 투자됩니다. 게다가 장기라는 보험의 특성은 일시적인 코인 등의 투자 열풍으로 인한 몸살을 앓게 만들지도 않고, 경기순환을 거치면서 겪게 되는 투자위험의 변동성을 최소화해줍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안정적이고 극대화된 재정 상태를 평생 누릴 수 있습니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계약에 적용되는 부리이율을 높이느냐입니다. 우리에게는 상품설계와 투자운용방식에 획기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유니버셜보험은 앞으로 다가올 인플레 시대에 최적화된 상품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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