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IMF는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2-01-16 09:18   수정 2022-01-16 09:23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과거 어느 대선 때보다 높다. 양당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는 60% 안팎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물론 1차적인 원인은 후보들 자신에 있다. 본인과 주변인들에 얽힌 논란들이 대부분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를 겪는 동안 사회의식 구조가 정치혐오를 더 쉽게 촉발하게 된 부분은 없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이 여기에 답을 줄만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한편 냈다. 코로나19 피해가 세계적으로 한창 확산되던 2020년 10월 내놓은 '팬데믹은 어떻게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불안을 이끄는가(how pandemics leads to economic despair and social unrest)'라는 제목의 워킹 페이퍼다.

해당 보고서는 팬데믹이 어떤 경제적 문제를 촉발하고, 언제쯤 사회 불안까지 연결되는지 분석했다. 구글에서 영어 제목을 검색하면 원문을 다운 받아볼 수 있다.
팬데믹 2년이 지나면 어김없이
보고서 작성자들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있었던 다섯 차례의 팬데믹 사례를분석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 등이 그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해당 전염병이 유행했던 133개국에서 경제 및 사회가 팬데믹으로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팬데믹으로 불평등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일수록 취업 기회가 줄어 소득이 감소하고, 교육 기회까지 얻기 어려워졌다.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분석 대상 국가들은 전염병 유행으로 경제 성장률 역시 추세를 이탈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 국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해당 보고서가 눈에 띄는 점은 이같은 경제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 불안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관찰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133개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전염병 발생 14개월 이후부터 사회 분란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쌓이던 사회 갈등은 24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정점을 찍었다. 사회 불안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 줄어들기는 하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서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보고서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2020년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과거 전염병 관련 타격을 받은 210개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염병 유행이 시작된 이후 5년간 경제 성장률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같은해 곤잘레스 토레스 등이 에볼라가 창궐했던 서아프리카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 유행 이듬해 사회적 폭력이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가 더 걱정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전파되기 시작하며 처음 집단감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권 등 전국으로 퍼진 것은 3월부터다. 올해 3월 9일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시작된지 만 2년이 되는 시점에 치뤄진다는 의미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전염병 유행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 전염병 유행 24개월이 되는 때다. 지난 2년간 수출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 및 임직원들은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풀린 돈의 힘으로 뛴 부동산과 암호화폐 등에 따른 자산 양극화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첨예화된 사회적 갈등이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인 내달 15일부터 3월 8일 사이에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주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갈등을 자극할 것이고, 고조된 갈등은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재미있는 것은 직전 한국의 전염병 유행도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한국에 상륙했던 메르스다. 대응 과정에서 혼선을 거듭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고, 이는 세월호와 함께 탄핵정국에서 반정부 여론이 고조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시점은 메르스가 한국에 퍼지기 시작한지 22개월이 지난 2017년 3월이었다.

IMF가 제시한 팬데믹 24개월의 법칙이 올해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면화될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133개국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24개월 이후에도 높아진 사회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대권을 잡든 집권 초기 갈등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이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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