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첫 대구 분양 아파트였던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의 1순위 청약에서 655가구를 모집하는데 90명만 신청해 미달을 기록했다. 남구 대명동에 공급되는 이 아파트는 특별공급에도 단 5명만 신청하면서 처참한 성적표를 들었다. 대구는 작년 하반기에 공급된 아파트 대부분이 1순위 마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침체된 상태다.
반면 부산에서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이다. 삼성물산이 부산 동래구 온천동 온천4구역 재개발로 공급하는 ‘래미안 포레스티지’가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1104가구를 모집하는 해당 지역 1순위 청약에 6만5110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5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특별공급에도 1만7000여명이 몰린바 있어 8만명 이상이 청약에 몰린 셈이 됐다.
래미안 포레스티지는 총 4043가구 규모로 이중 전용면적 49~132㎡, 233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됐다. 19개 주택형 모두 1순위 해당지역에서 마감됐다. 765가구가 나왔던 전용면적 84㎡에는 4만6855건이 접수돼 61.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115㎡에는 2가구 공급 에 695건이 접수돼 347.5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 첫 분양으로 쌍용건설이 기장군에 공급했던 ‘쌍용 더 플래티넘 오시리아’ 역시 평균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11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서 1401명이 신청했다. 이번에 청약을 받은 아파트들은 입주자 모집공고가 작년에 이뤄져 올해부터 강화된 대출규제를 받지 않는다. 부산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7억원대다.
두 지역에서 성적표가 갈리는 이유는 '공급' 때문이다. 대구는 2020년 12월 달성군 일부를 제외한 시내 전역을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아파트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투기수요와 매매심리가 위축됐고, 결국 미분양 증가와 시장침체로 이어졌다. 지난해말 규제지역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해제되지 않으면서 침체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2018년부터 3만가구 안팎의 신규 물량이 공급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이를 두고 초과 공급이 누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산연이 보는 대구 연도별 초과 공급량(누적)은 2018년 781가구→2019년 1만1989가구→2020년 2만4083가구→2021년 2만8071가구→2022년 3만7009가구(추정) 등이다.
실제 대구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아파트 매매 거래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작년 11월 기준으로 2166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지난 8월 2365가구를 기록하고 2개월 연속 줄다가 11월 재차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
작년 11월 기준 대구의 주택 매매량은 2275건으로 전년 같은기간(7601건)에 비해서는 70.1% 급감했다. 5년 평균 거래량에 비해서도 52.2% 줄어 반토막 수준이 됐다.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6410건으로 전월(5605건)에 비해 14.4%, 전년동월(5107건)에 비해 25.5% 증가했다.
대구에서는 주택사업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조사 결과 전국 HBSI 전망치가 지난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77.6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는 50.0으로 지난달보다 17.8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째 전국 최저치를 나타냈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매달 HBSI는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건설사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직접 구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권 시장은 최근 청와대를 방문해 유영민 비서실장, 이철희 정무수석과 만나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 등을 건의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또한 전반적인 지표는 악화되고 있지만, 대구만큼 가파른 수준은 아니다. 2018년 이후 2만가구 이상이 공급되는 와중에도 공급초과를 우려할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산연 또한 2020년 기준으로 부산에서의 공급부족 물량을 1만9217가구로 추정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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