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건축 단지 내 상가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상가는 공실률이 높고 재건축 진행을 늦추는 ‘애물단지’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단지 상가를 보유한 조합원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유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면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등이 높아지지만 상가는 상대적으로 규제에 덜하다. 자녀 증여나 장기 투자 목적에 아파트 내 ‘썩상(오래된 상가)’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다만 주요 재건축 단지 상가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조합 정관에 따라 아파트 입주권 확보 여부가 달라지는 등 투자 때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3단지’ 상가도 비슷하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세권에 있는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재건축을 위한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단지 내 상가는 지난해 예비안전진단 통과 이후 6건의 손바뀜이 이뤄졌다. 지하 1층 상가의 3.3㎡당 가격은 5000만원을 웃돌지만 기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하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재건축 아파트 상가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재건축 조합이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상가 조합원에게도 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조합은 상가 조합원도 상가 대신 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조합 정관상 산정비율을 대폭 낮췄다. 산정비율(0.1~1.0)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숫자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분양주택의 최소 분양가에 산정비율을 곱한 값보다 상가 조합원의 권리차액(상가 조합원 신규 분양가-종전 재산가액)이 커야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즉 산정비율이 낮을수록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상 산정비율을 1.0으로 설정하지만 신반포2차 조합은 0.1로 낮췄다.
재건축 상가는 주택 수로 잡히지 않아 다주택자를 향한 ‘세금 폭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유주택자의 경우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하면 보유세와 취득세,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이 1.2~6.0%로 상향된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까지 겹치면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커졌다. 취득세율도 2주택이 주택 취득 때 8%, 3주택 이상은 12%를 적용받는 반면 상가는 4.6%로 고정돼 있다.
상가조합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것도 호재로 꼽힌다. 재건축 분담금은 재건축 종료시점의 주택가격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격과 정상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제한 뒤 부과율을 곱해 결정된다. 상가 조합원은 원래 보유한 주택이 없어 개시시점의 주택가격을 0원으로 넣어 계산해 재건축 부담금이 커지는 구조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을 받고자 하는 상가조합원은 개시시점 주택가액 산정 때 상가 가격도 포함하도록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상승한 가격과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할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조합 정관 등을 통해 상가조합원이 주택을 받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추후 재건축 때 상가를 받게 된다면 기존 상가의 건물 내 층수, 위치가 재건축 후 받을 상가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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