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근 나도는 위기설부터 정리돼야 한다. 각종 위기설이 나도는 한국 경제는 선진국 편입은 고사하고 외국인 자금이 투자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계기법상 요인 분석을 통해 최근 위기설의 실체를 규명해 보면 대부분 ‘자신감’과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 결여에서 비롯된다. 오히려 뉴욕증시에서는 외국인 가운데 서학개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올해 CES에서도 한국 기업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세계 경제 10대국’이라는 자부심과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심만 있으면 각종 위기설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위기(crisis)’와 ‘위험(risk)’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위기설은 대부분 리스크 성격이 짙다. 초불확실성 증강현실 시대에서는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정책,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계획,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도 재테크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리스크를 위기로 인식하는 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종전의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는 리스크를 파악할 때 전문가에게 너무 의존하는 ‘마이클 피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마이클 피시는 한때 유명했던 영국 BCC의 기상 전문가로 1987년 한 어부가 200년 만에 불어닥친 초대형 허리케인을 제보했는데도 이를 무시해 영국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줬던 장본인이다. 열린 지식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의 이름을 딴 이론이 회자하고 있다.
마이클 피시 현상을 낳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예측하거나 리스크를 파악할 때 흔히 범하는 △심리적 편향에 따른 함정 △고정관념의 함정 △자기 과신의 함정 △기억력의 함정 △신중함의 함정 △증거 확인의 함정 △트렌드 분석에 따른 함정 등 이른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사전에 파악해 놓은 리스크도 우리가 관리 가능하냐에 따라 ‘행태 리스크’와 ‘통제 리스크’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관리 불가능한 행태 리스크마저 내부적으로 감당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설령 비용을 들이더라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 간 외교관계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리스크를 관리할 때는 ‘사전적 대책’이 중요하다. 리스크 관리 실패로 위기가 발생하면 사후적 대책으로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전적 리스크 관리 대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과 리스크가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조기경보체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고개를 드는 위기설(실제로는 리스크)은 실제로 발생할 확률이 작다. 정규분포상 평균 근처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은 리스크는 대책을 세워놓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쪽 끝에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테일 리스크’는 비용 편익 원칙에 따라 대책을 세워놓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포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경제주체 간 명암이 갈린다.
최근처럼 시스템이나 규범이 잘 작동되지 않을 때는 리스크 관리자의 ‘정직성’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연초부터 증시를 흔들어 놓은 대형 금융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또 다른 위기의 근원인 도덕적 해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디지털 콘택트 추세의 진전으로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리스크 관리 여건에서는 ‘제도권 밖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제도권에서 아무리 잘 관리하더라도 유튜브 등을 통해 위기설을 증폭시킬 때는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금융변수의 진폭이 커지는 ‘순응성’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 경향이 심해지는 여건에서는 더 그렇게 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