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플랫폼 블루칼라 시대의 도래

입력 2022-01-16 17:12   수정 2022-01-17 00:33

국내 유명 식품기업 A대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충청지역에 있는 생산공장으로 출근했다. 서울 본사 직원들도 처음으로 공장에 투입돼 생산라인에서 밀려든 주문의 포장과 적재를 도왔다.

“150명을 뽑으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50명밖에 못 구했어요. ‘사람들 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쿠팡 물류센터에 갔다네요. 본사 스태프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연말연초 대목을 간신히 넘긴 A대표는 국내 공장의 자동화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해외 공장에서 반가공된 제품을 들여와 국내 노동력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런 구인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 블랙홀 된 플랫폼 기업들
비단 A대표만의 사례가 아니다. 커피 전문점 등 자영업에서부터 중소기업까지 사람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일이 허다하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아예 고착화돼가고 있다. 지난달 사람인이 중소기업 576곳을 대상으로 ‘2021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63.4%가 계획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50.4%에 달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박한 중·저임금 노동시장의 인력난이 고질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들 시장에서 빠져나간 노동력은 어디로 갔을까. 상당수가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2만5307명이던 쿠팡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1월 6만350명으로 급증했다. 2년 동안 3만5000명을 새로 뽑았는데 그중 약 60%가 물류센터 인력이다.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의 인력 채용 속도도 이에 못지않다. 2019년 358명이던 컬리의 직원은 지난해 말 2588명으로 2년 새 일곱 배로 늘었다.

플랫폼 기업의 일자리는 소득 안정성과 이직 용이성을 동시에 지니는 게 특징이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 초봉은 기본급 297만원과 100만원의 인센티브를 합쳐 월 400만원에 육박한다. e커머스 플랫폼이 중저임금 노동자들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플랫폼으로 옮긴 인력은 기존과 달리 상시노동을 기피하는 현상도 보인다. 상시직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를 내걸어도 전환율은 10%대에 그친다. 배달, 물류센터 등 비슷한 근로조건의 노동시장이 대체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정규직으로 매여 있지 않겠다는 심리로 풀이된다.
전통산업 혁신 촉매제 될 수도
이런 현상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먼저 자리잡은 미국 등 해외에서도 두드러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안티워크(노동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해외 주요 기업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만 1103만 개에 달한다. 열악한 근로환경을 참고 견디던 이전과 달리 주저없이 사표를 던지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향도 심해지고 있다. 비대면 배달 물류 사업이 팽창하면서 급증한 ‘긱 노동자(단기 계약직)’의 확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외부 노동력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중저임금 노동시장에서의 구인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1995년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블루칼라의 종말을 예견했으나 현실에선 플랫폼 블루칼라로 대체되고 있다. 뉴 블루칼라의 등장은 전통 산업에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A대표가 기존 공장의 자동화와 아웃소싱을 그 어느 때보다 서두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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