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을 뽑으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50명밖에 못 구했어요. ‘사람들 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쿠팡 물류센터에 갔다네요. 본사 스태프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연말연초 대목을 간신히 넘긴 A대표는 국내 공장의 자동화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해외 공장에서 반가공된 제품을 들여와 국내 노동력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런 구인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들 시장에서 빠져나간 노동력은 어디로 갔을까. 상당수가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2만5307명이던 쿠팡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1월 6만350명으로 급증했다. 2년 동안 3만5000명을 새로 뽑았는데 그중 약 60%가 물류센터 인력이다.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의 인력 채용 속도도 이에 못지않다. 2019년 358명이던 컬리의 직원은 지난해 말 2588명으로 2년 새 일곱 배로 늘었다.
플랫폼 기업의 일자리는 소득 안정성과 이직 용이성을 동시에 지니는 게 특징이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 초봉은 기본급 297만원과 100만원의 인센티브를 합쳐 월 400만원에 육박한다. e커머스 플랫폼이 중저임금 노동자들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플랫폼으로 옮긴 인력은 기존과 달리 상시노동을 기피하는 현상도 보인다. 상시직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를 내걸어도 전환율은 10%대에 그친다. 배달, 물류센터 등 비슷한 근로조건의 노동시장이 대체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정규직으로 매여 있지 않겠다는 심리로 풀이된다.
새로운 외부 노동력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중저임금 노동시장에서의 구인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1995년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블루칼라의 종말을 예견했으나 현실에선 플랫폼 블루칼라로 대체되고 있다. 뉴 블루칼라의 등장은 전통 산업에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A대표가 기존 공장의 자동화와 아웃소싱을 그 어느 때보다 서두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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