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성장 절벽'에 빠진 중국 경제

입력 2022-01-16 17:12   수정 2022-01-17 00:32

2022년 중국 경제의 3대 키워드는 성장세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미·중 갈등 지속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2022년 경제정책 기조를 ‘온중구진(穩中求進)’으로 정했다.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되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가 수요 위축, 공급 충격, 경제 전망 약세라는 3중 압력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과감한 경제개혁보다는 경제의 안정적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5.3% 성장률을 제시했다. 코로나19 파고가 거셌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다. 세계은행,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등 주요 기관은 4~5% 감속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민은행의 기준금리와 은행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는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자력 경제 노력은 강화될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인은 자기 밥그릇을 자기 손에 쥐어야 하며, 기본 생존 문제를 남에게 의존해 목이 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수 중심의 국내 대순환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쌍순환 성장 전략은 계속될 것이다. 미·중 갈등의 장기화 국면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과도한 빈부격차는 공산당 통치에 본질적 위협 요인이지만 급속한 추진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헝다(恒大) 사태로 민낯이 드러난 부동산 부문의 리스크가 최대 복병이다. 헝다그룹은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매출 상위권에 드는 자자오예 부동산 개발사도 비슷한 처지다. 신규 주택 가격이 지난해 10월 0.2%(전월 대비), 11월 0.3% 연속 하락했다. 2015년 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인민은행의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비율이 2017년 32%에서 2021년 19%로 떨어졌다. 부동산 부문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본격화할 경우 지방재정 악화와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

기업 규제는 또 다른 변수다. 공산당은 빅테크의 영향력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다. 해외 자본의 영향력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 주만 보유해도 주요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황금주(黃金株) 제도를 통해 디디추싱, 바이트댄스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지난 3분기 순익이 87% 격감했다.

홍콩 증시의 항셍테크지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사업부 단위로 그룹 쪼개기에 나섰고 바이트댄스는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다. 국가반독점국을 신설해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벌금 부과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규제 강화, 공급망 혼란으로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GDP 60%, 세수 50%를 창출해 중국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영세기업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폐업 기업이 2019년 240만 개에서 2021년 437만 개로 크게 늘어났다. 중국의 느린 경제회복이 글로벌 공급망과 성장률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3배 수준인 14.3%를 기록했다. 공무원시험인 궈카오(國考)에 역대 최대인 212만 명이 응시했다. 코로나발 경기 부진으로 1000만 명을 웃도는 대졸자와 농민공(農民工)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중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상호 강대강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긴장 해소를 위한 결정적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에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국주의로 인민을 결속해 미국에 ‘노’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야 통치 체제의 정통성이 확립된다.

2022년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국 쇠퇴론’의 원년이 될 수 있다. 개인과 기업이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인데 공산당 일당독재와 국가자본주의가 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중국이 열린사회에서 감시사회로 급속히 변질되고 있다. 미증유의 성장 절벽에 빠진 중국 경제의 회복은 결국 정치의 향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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