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견 의류기업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자사 계열사 브랜드에서 제조·판매하는 의류를 착용하자고 권하면서 단순 독려 수준을 넘어 "타사 브랜드(제품) 사용은 있을 수 없는 일" 등 강압적으로 느낄 만한 발언까지 해 논란을 빚었다.
17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하정수 세아상역 대표이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타사 브랜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직원과 타사가 운영하는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자사 계열사 브랜드를 입고 출근할 것을 요구했다.
하 대표는 이메일에서 "새해 첫 출근부터 세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직원들 중 타사 브랜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직원들을 봤다"면서 "새해 며칠 동안 (건물 1층에서 회사가 운영 중인) 카페 쉐누에 앉아 있을 때도 타 브랜드 옷을 입은 세아 직원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직원들은 카페 쉐누 커피가 아닌 다른 브랜드 커피를 마시면서 엘리베이터를 탑승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아 직원들이라면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친동생, 또는 아들, 딸처럼 사랑해야 한다"며 "타 브랜드 옷을 입고 출근하는 것은 마치 남의 식구들을 데리고 회사로 출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사내에선 "자사 제품 이용을 독려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 정도의 표현은 과한 것 같다" "자사 브랜드 제품 사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건 직원으로서 부끄럽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사 제품 이용을 강요하느냐" 등의 지적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6년 설립된 세아상역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의류 제조기업으로, 니트·재킷 등을 연간 7억 장 이상 생산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유통체인에 판매하는 세계 1위 의류 제조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 HR기획팀 역시 자사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계열사들과의 동행'이라는 메일을 통해 계열사가 생산·판매하는 제품을 입자는 취지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메일은 "우리가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을 스스로가 외면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개탄하면서 "우리는 임직원 한명 한명이 우리 옷을 자랑스럽게 착용하고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홍보대사이자 회사를 대표하는 1인 마케터"라고 역설했다.
이어 "반드시 우리가 만드는 옷을, 우리의 브랜드를 착용하고 출근하자"며 "(글로벌)세아그룹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감에 있어 인디에프와 S&A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로 계열사 옷 착용에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세아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인디에프는 조이너스 꼼빠니아 트루젠 테이트 컴젠 등의 브랜드를, S&A는 골프웨어 브랜드 톨비스트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자사 브랜드 착용을 독려할 수는 있으나 직원 대상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정도지, 대표가 직접 나서거나 특정 부서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옷 착용을 강요하고 눈치를 주는 건 흔치 않은 일 같다"고 평했다.
'자사 브랜드 착용 강요 논란'과 관련해 세아상역 관계자는 "대표가 신년 메시지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애사심을 호소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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