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학동 아파트 붕괴 사건에 대해 ‘참사 시민대책위원회’가 낸 성명이다. 건축 발주자나 시공사에 공사기간(공기) 연장은 하루하루가 비용과 결부되는 민감한 문제다. 이 때문에 시공사 등이 하청업체 등에 공기 단축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결국 급하게 서두르다 안전관리가 부실해져 일어나는 산재 사고도 잦은 편이다.
발주자나 시공사가 하청업체에 공기 단축을 요청한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받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바른 중대재해처벌법 대응팀의 정상태 변호사는 “법 시행령 4조는 건설업·조선업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도급·용역 등을 받는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위해 공사기간 등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점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공기 단축 압박이 지나쳤다면 이는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하청업체 등이 시공사에 공기 연장을 요청했는데 거절했을 때는 어떨까.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시공사가 발주자에게 또는 작업자가 시공사에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나 △건설공사 발주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건설공사가 지연된 경우 공기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법령에 따른 정당한 연장 요구를 발주자 측이 거절했다면, 그게 산재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더라도 산안법 위반은 물론 중대재해법상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법령에서 정한 사정이 아닌 단순한 연장 요청을 거절해 사고가 났다면 중대재해법상 책임이 반드시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평소 안전보건 관리에 아무리 만전을 기했다고 해도 생각지 못한 미비점이 발견된다. 게다가 수사기관인 고용노동부 등이 시공사는 물론 작업자들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공정 진행상 미비점을 샅샅이 찾게 되는데, 공기 연장 요구를 거절했다는 기록만큼 특별히 눈에 띄는 것도 없다는 게 현장실무가들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공사기간 연장으로 발생한 손해는 금전적 산정이 가능하지만 거절 이후 중대재해가 발생해 생긴 손해는 걷잡을 수 없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공기 연장 요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들어주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