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간소득 이상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핀셋 증세로 초고소득자만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설명했지만 연소득이 4000만원을 웃도는 근로자에게도 증세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소득 4000만원 초과 6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131조2617억원을 벌어 5조9974억원을 세금으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4.57%를 세금으로 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비해 세액과 실효세율이 모두 상승했다. 2017년 같은 소득구간에 있던 근로자들은 5조86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2020년엔 이보다 1조원가량 세금을 더 냈다. 실효세율은 같은 기간 4.39%에서 4.57%로 0.18%포인트 상승했다.
실효세율이란 전체 급여 중 각종 공제와 감면 조치 후 실제로 낸 세금(결정세액)의 비율을 뜻한다. 연소득 4000만원은 근로소득자의 평균 소득을 소폭 웃도는 수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근로소득자의 평균 소득액은 3828만원이었다.
소득이 이보다 많은 사람의 실효세율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소득 6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 구간의 실효세율은 2017년 7.11%에서 2020년 7.24%로 뛰었다. 세액은 5조8143억원에서 7조1228억원으로 증가했다. 8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는 같은 기간 9.88%에서 9.96%로 실효세율이 높아졌다. 반면 2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실효세율은 0.5%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까지 고소득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늘렸다고 설명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연소득 5억원 초과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최고세율 40%를 2018년부터 42%로 높였다. 이어 2021년부터는 연소득 10억원 초과 근로자에겐 45%의 세금을 물렸다. 여기에 부가되는 주민세를 감안하면 세율이 49.5%에 이른다.
이로 인해 초고소득자의 실효세율은 가파르게 뛰었다. 연소득 1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의 실효세율은 2017년 31.7%에서 2020년 37.3%로 뛰었다. 3년간 실효세율 증가폭이 5.6%포인트에 이른다. 2020년부터 소득의 40%가량을 정부가 가져가고 있다. 세율이 더 높아진 지난해엔 실효세율이 더 뛰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소득자 외에 중간층 이상에서도 세 부담이 늘어난 것은 교육비 공제, 연금저축 공제, 자녀 세액공제 등이 줄거나 폐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만 7세 미만 자녀 세액공제를 없앤 데 대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전체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5.9%로 집계됐다. 1949만5359명이 750조2650억원을 벌어들여 44조1640억원을 소득세로 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5.4%였던 실효세율은 2018년 5.6%, 2019년 5.7% 등으로 상승했다. 소득세액은 34조7338억원에서 4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7년 739만 명에 달했던 면세자 수는 2018년 722만 명, 2019년 705만 명으로 감소했지만 2020년엔 726만 명으로 2018년 수준을 넘어섰다. 면세자 비중은 37.2%였다.
전문가들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의 기본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공제를 줄이는 동시에 면세자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자가 확대되면서 중산층의 소득세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 부담의 형평성이 더욱 낮아지면 조세 회피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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