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은 “지난해 케이캡의 원외처방실적이 1096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2020년 761억원 대비 원외처방실적이 44% 늘었다. 국산 신약 중 역대 최단 기간 내 연매출 1000억원 벽을 뚫었다.
그간 국내에서 1000억원대 연매출을 내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자리에 올랐던 국산 신약은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인 ‘제미글로’와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등 2종에 불과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9500억원 수준이다. 2019년 3월 출시된 케이캡은 2020년 국내 시장 1위에 오른 뒤 지난해에도 이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케이캡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에 이어 P-CAB 계열로 나온 두 번째 신약이다. P-CAB 계열 약은 위산 생성에 관여하는 칼륨 이온에 달라붙어 위산 분비를 차단한다. 위 세포막을 표적으로 삼는 기존 약은 약효가 나타나는 데 4시간이 걸리지만 케이캡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HK이노엔은 업그레이드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기존 알약 제형에 이어 입으로 녹여 먹는 제형을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치료 범위도 늘리려 하고 있다. 지난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을 대상으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소염진통제로 인한 위·십이지장 궤양을 예방하는 쪽으로도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달 미국 소화기의약품 전문 제약사인 세벨라의 자회사 브레인트리와 64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브레인트리는 미국에서 15년간 케이캡의 상용화 권리를 갖게 됐다. HK이노엔은 현지 제약사가 케이캡 제조에 쓸 원료도 공급하기로 했다. 상용화 단계에 따른 단계별 성과금과 매출 로열티 외에도 추가 수익원을 확보한 것이다. HK이노엔이 중국 등 26개국에 케이캡 기술과 완제의약품을 수출하며 확보한 누적 계약금은 1조원이 넘는다.
중국에선 올 상반기 품목 허가를 받은 뒤 출시할 계획이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적응증 확대 연구, 차별화 임상, 제형 개발 등을 통해 케이캡의 시장 지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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