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연간 경제 성장률 8.1%와 4분기 성장률 4.0%는 각각 시장 예상치인 8.0%와 3.6%를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둔화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은 5%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런 관측을 반영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준비에 들어갔다. 경제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 여행 활성화 등 소비 진작 정책을 내놨다.
닝지저 국가통계국장은 “내수 경제가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기대치 약화라는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3중 압력은 중국 지도부가 올해 경제정책 기조로 ‘안정 속 성장’을 제시하면서 함께 지목한 위험 요인이다.
이날 나온 주요 경제지표에서 이런 3중 압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1.7%로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되던 2020년 8월의 0.5% 후 16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지난달 도시 실업률은 5.1%로 두 달 연속 0.1%포인트씩 올랐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연간)은 4.9%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의 7.3%에서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부동산 투자 증가율이 4.4%에 그쳐 시장 침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제조업 투자가 13.5% 늘어난 게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힌다.
사이언 페너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이 산업 생산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 부문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카이증권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민들이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 성장의 3대 엔진으로 불리는 수출 투자 소비 중 투자와 소비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은 3조3640억달러로 전년보다 29.9% 증가했다. 하지만 선진국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는 추세여서 수출 증가세도 곧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 정부는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착시를 줄이는 차원에서 2020~2021년 2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5.1%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중국의 성장률이 2019년 6.0%를 기록한 이후 5%대로 내려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이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3%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가 4.3%, JP모간이 4.9%를 전망하는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침체와 코로나19 통제의 여파가 올 한 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또 이날 7000억위안(약 131조원)의 신규 MLF 대출을 내주면서 만기가 돌아온 5000억위안의 대출을 회수해 2000억위안을 풀었다. 아울러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900억위안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했다.
MLF 금리를 낮추면 은행들의 자금 조달 원가가 낮아진다. 인민은행은 MLF 금리를 조절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결정한다. 인민은행이 오는 20일 1월 LPR 발표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를 공표한 셈이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1년 만기 LPR를 0.05%포인트 인하했다.
발전개혁위원회는 전날 춘제(중국 설)를 전후한 소비 진작 계획을 내놨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베이징 등 전국에 확산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소비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발개위는 코로나19 저위험지역 근거리 여행, 동계올림픽 시즌에 맞춘 겨울스포츠 활성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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