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00년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 BBC의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한 뒤 2028년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나딘 도리스 문화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BBC 수신료를 2024년 4월까지 159파운드(약 25만9000원)로 동결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데일리메일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도리스 장관의 측근은 "공영방송의 시대는 끝났다. 정부가 BBC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2028년부터는 폐지하는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리스 장관은 "BBC 수신료 관련 발표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지금은 영국의 훌륭한 콘텐츠를 지원하고 판매할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들이 수신료를 못 내서 징역형 협박을 받는 일도 끝"이라고 덧붙였다.
도리스 장관은 17일 하원에서 BBC 수신료를 2년간 연 159파운드로 동결하고 4년간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올리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BBC는 올해 수신료 수입으로 37억파운드(약 6조원)를 받고 BBC 월드 서비스 운영 지원으로 정부에서 연 9000만 파운드(약 1500억원) 이상을 받는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또 도리스 장관은 BBC 수신료 의무 납부가 적절한지에 관해 곧 검토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염두에 두고 있는 대안 모델은 없다면서도, 구독료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력이 거대해졌고 초고속 인터넷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의 달라진 방송 환경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BBC가 현대 방송의 문제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새로운 구입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BBC는 성명에서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폭을 감안하면 수신료는 금액 대비 가치가 매우 높다"며 프로그램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권 4대 정당인 협동조합당 소속 루시 파웰 하원의원은 "보리스 존슨 정부가 BBC의 저널리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하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배우 휴 그랜트 또한 트위터에 "BBC는 전 세계가 질투하며 선망하는 존재"라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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