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택신(autotaxin)을 저해하는 기전의 신약을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로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올 상반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특발성폐섬유증(IPF) 후보물질인 ‘BBT-877‘의 미국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인 가운데, 블레이드가 최근 미국 임상 1상 종료를 발표하며 추격하고 있다.
18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오토택신은 인체 내 지방인 ‘리소포스파티딜 콜린(LPC)’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으로 변환시키는 효소다. 오토택신은 다양한 섬유화증에서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택신에 의해 만들어진 LPA는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신생혈관과 경화증, 종양의 형성 및 전이 등 다양한 생리적 활성을 유도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BBT-877은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LPA의 생산을 줄이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업계에서는 작년 2월 이후 브릿지바이오의 BBT-877가 최초의 오토택신 저해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당시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있던 벨기에 갈라파고스가 진행 중인 임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는 작년 2월에 IPF 치료제 후보물질인 ‘GLPG1690’의 임상 3상을 중단했다.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는 GLPG1690의 이익과 위험(Benefit-Risk Profile)를 검토한 결과,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개발 중단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혜성 분석은 약물에 의한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손상 여부를 살피는 실험이다. 약물 처리에 의한 DNA 손상이 있는 경우 세포핵은 현미경에서 혜성과 같은 모양이 나타난다. DNA 손상으로 인한 발암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BT-877의 권리 반환 이후 더욱 정확한 검토를 위해 내부 실험 및 외부 위탁 실험을 진행했다. 추가적인 실험을 수행해 실제 DNA 손상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는 FDA의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내·외부 실험 결과, 독성 우려가 제기됐던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험 결과는 약물의 직접적인 독성 영향 때문이 아닌 고용량 투여로 인한 ‘가짜 양성(위양성)’이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혜성 분석에서는 약물이 가진 유전 독성으로 인한 DNA의 직접적인 손상이 일어날 경우를 양성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험에서는 고농도 약물 처리로 인해 세포사멸 기전이 나타나, DNA에 간접 손상을 줬다는 것이다. DNA 손상이 약물의 독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포사멸 기전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세포사멸은 비정상적이거나 손상 혹은 노화된 세포가 스스로 사멸되는 현상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에 대한 추가 자료를 FDA에 제출하고 임상 2상 개시를 논의하는 ‘타입C 회의’를 진행했다. 시험관 실험 방식의 생화학적 혜성 분석 결과도 제출했다.
그 결과 FDA는 동물에 대한 혜성 분석 시험을 추가로 진행하되, 투과전자현미경(TEM) 방식으로 분석할 것을 요청했다. TEM은 세포사멸 시에 나타나는 세포 내 구조물의 형태 변화를 전자현미경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동물 혜성 분석 시험에 착수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이다. 결과를 확보하는대로 FDA와 다시 회의를 거친 후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C타입 회의 당시 FDA는 GLPG1690의 임상 3상 중단을 고려해 임상 2상을 설계하고 진행할 것을 권했다. 갈라파고스 임상 3상은 기존 치료제인 닌테다닙 및 피르페니돈과의 병용에서 중단됐다. 때문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닌테다닙 및 피르페니돈과의 약물상호작용 시험을 주문했다. 이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약물상호작용시험을 임상 2상 계획에 포함시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임상 1상 완료 시점에서 블레이드보다 앞서 있고, 임상 2상 진입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며 “FDA와 원활한 협의를 통해 더욱 신속하게 2상을 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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