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돌비의 표준필수특허 거부 행위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가 돌비와 체결한 음향기술 표준특허(AC-4) 계약이 중단돼선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LG전자는 1995년부터 TV, 사운드 바 등 다수의 주력 제품군에 돌비의 영상·음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처분 소송의 근거로 표준특허를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확약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돌비 측도 소송 사실을 인정했다. 돌비 관계자는 “LG전자의 기술 사용과 관련한 감사로 시작된 상업적인 라이선스 분쟁”이라며 “법원에 돌비의 입장을 제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돌비는 특허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사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표준특허 제공을 거부한 전례가 적지 않다. 국내 기업 중엔 셋톱박스 제조사인 가온미디어와 갈등을 빚었다. 가온미디어는 2018년 미국 유선방송사업자인 티모바일과 셋톱박스를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돌비에 디지털 오디오 코딩 기술 표준특허(AC-3) 사용을 신청했다. 돌비는 그해 6월까지는 특허 사용을 허가했지만 이후 신청 수량은 돌비의 감사에서 지적된 이슈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특허 사용을 막았다. 특허 사용이 재개된 것은 가온미디어가 감사 결과에 합의한 2018년 9월 말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돌비에 시정명령과 2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는 표준특허를 무기 삼아 특허 사용자를 압박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앞으로도 특허권자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전자와 돌비가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RAND 확약에 가입한 돌비가 표준특허 제공을 계속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가온미디어 사건 때처럼 경쟁당국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돌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표준특허
표준특허란 관련 제품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기술에 대한 특허를 의미한다. 일반 특허와는 달리 특허권자가 표준특허의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 사용자가 특허를 남용할 경우엔 별건의 소송을 제기해 보상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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