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직장인 A씨. 직장에서 인정받는 그는 업무적으로 흠이 없다. 성실한 성격 때문에 일을 미루지 않고, 모든 일은 마감에 맞춰 완벽히 해낸다. 갈등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하지만 그의 주식 계좌는 만년 마이너스다.
코로나19 이후 수백만 명의 국민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 지점은 비슷하다. ‘왜 주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사진)에게 들어봤다.
사회에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은 주식시장에서 오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는데, 반대편 엘리베이터가 먼저 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쪽으로 탑승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학습된 사고체계의 대표적 사례다. 차가 막힐 때 제자리에서 기다리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것도 비슷한 행동패턴이다.
하지만 이 같은 습관은 주식시장에서 급등주 추격을 부추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움직이지 않으면 더 빨리 가기 위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탄다. 하지만 옮겨탄 종목이 오히려 떨어진 사례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매수한 주식이 떨어지면 인간은 극도로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주식시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현상이다. 하지만 안 좋은 감정을 없애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불쾌감을 최대한 빨리 없애려고 노력한다.
이런 패턴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물타기를 해서 눈에 보이는 손실을 줄이거나, 바닥에서 주식을 팔아치우게 만든다. 공감능력이 없고, 인간관계에 미숙한 사람이 오히려 주식에서는 뛰어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인간은 항상 예측을 하고 살지만 주식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동차와의 거리를 계산하면서 보폭과 걷는 속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들어간 사람 중 상당수는 뒤통수를 맞는다.
오 교수는 “차트의 급등과 급락은 감정적 변화를 즉각적으로 일으킨다”며 “만약 자신의 주식이 급락한다면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감정의 늪에 빠지면 손실은 순식간에 불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는 오히려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감정 역시 일상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취한 행동은 대체로 0.2초 내에 나타난다. 스위치를 켜면 천장의 불이 들어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매수한 종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통제의 착각’에 빠진다. 오 교수는 통제의 착각이 클수록 투자 성과가 낮다고 언급했다. ‘한 우물만 파면 성공한다’는 격언도 주식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오 교수는 “일상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하면 보상이 커지지만 주식은 오래 보유한 만큼 손실이 더 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의명/최예린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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