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발’을 앞세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을 손아귀에 넣은 데 이어 이번 주말 전국 신규 확진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세종’ 등극을 예약했다. 방역당국의 예상대로 3주 안에 오미크론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면 확진자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25% 수준으로 추정된 만큼 확산세에 비해 위중증 환자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올초(12월 26일~1월 1일)만 해도 전체 신규 확진자의 4.0%에 불과했던 오미크론은 지난주(9~15일) 26.7%로 수직상승했다. 전파력이 델타의 두세 배에 달하는 만큼 확산에 탄력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광주·전남은 이미 오미크론에 장악됐다. 지난주 기준으로 각각 신규 확진자의 80%와 72%가 오미크론에 걸렸다. 작년 12월 중순 이 지역에서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 만에 델타를 무너뜨렸다.
광주·전남지역에 오미크론을 퍼뜨린 출발점은 작년 11월 말 이란에서 입국한 뒤 확진판정을 받은 30대 외국인 A씨(아프가니스탄 국적)로 추정되고 있다. A씨와 접촉한 광주·전남 주민이 추가로 오미크론에 걸리면서 지역사회에 퍼진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빨리 오미크론이 유입된 탓에 가장 먼저 점령당했다는 얘기다.
경북과 강원에서도 오미크론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오미크론 검출률은 각각 37.1%와 31.4%로 수도권(19.6%)은 물론 전국 평균(26.7%)보다 높다. 이로 인해 최근 전체 신규 확진자 중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 수준이던 비수도권 비중은 이날 38.1%로 치솟았다. 주로 수도권에 묶여 있던 델타와 달리 ‘오미크론 시대’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전국 곳곳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방역의 초점을 위중증 환자 관리에 맞추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진자 급증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의 4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쏟아질 확진자 중 위중증으로 발전할 환자를 집중 관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의료계 관계자는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의 4분의 1인 만큼 단순 계산으로 확진자 수가 네 배 이상 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위중증 환자가 나온다”며 “병상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역패스 예외 사유는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해제자 △1차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등 중대한 이상반응이 생겨 2차 접종이 연기·금지된 사람 △면역결핍, 면역억제제·항암제 투여로 접종 연기가 필요한 사람 △백신 구성물질에 알레르기 이력이 있는 접종 금기 대상자 등이다.
방역당국은 중대한 이상반응에 길랑바레증후군과 뇌정맥동 혈전증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부에 대해선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접종 권고 대상인 만큼 방역패스 적용 예외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청소년 방역패스도 예정대로 오는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재확인했다. 손영래 반장은 “18세 이하가 신규 확진자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청소년 방역패스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에서도 12세 이상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등 우리나라 조치가 과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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