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상폐심사, 주주들은 피 마른다

입력 2022-01-18 17:37   수정 2022-01-19 01:27

지난 5년간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150개 기업 중 실제 퇴출된 기업은 13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하반기 시작된 적격 심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등 수년째 ‘거래정지’ 상태인 사례도 적지 않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 여부가 이달 24일 결정되는 가운데 투자자에게는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위원회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년간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은 기업은 총 150곳이다. 이 중 심사를 통해 상장폐지가 된 기업은 13곳으로, 전체의 8.7%였다. 상장폐지 종목은 아래스, 위노바, 아이이, 썬텍, 제이테크놀로지, 지유온, 에이치디, 이매진아시아, 행남사, 리드, 코썬바이오, 이엠네트웍스, 에이팸 등이다. 이 가운데 횡령·배임 발생으로 인해 상장폐지된 곳은 여섯 곳으로, 전체 퇴출 기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상장폐지가 결정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0곳 중 여전히 ‘심사 진행 중’인 곳이 39곳에 달했다. 2018년 8월과 12월 각각 심사를 개시한 씨엔플러스, 바른전자 등은 상장 적격 여부가 판가름나지 않았다. 심사가 지연되면서 5년째 거래정지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곳은 상장폐지 결정이 지연되는 사이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자동으로 심사가 중단됐다. 감사의견 미달, 매출 미달 등 형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 심사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주주의 피를 말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거래정지 기간엔 주식을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쉽사리 주식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목돈을 투자한 투자자는 몇 년씩 발이 묶여 거래 재개만 기다린다는 게 투자자의 얘기다. 오스템임플란트도 거래정지 기간이 2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난해 9월 기준 개인투자자는 1만9000여 명으로, 이들이 전체 주식의 56%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오히려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거래소 측 주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에 충분한 개선 기간을 주지 않고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 기존 주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영업의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할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람/고재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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