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성장 쇼크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이 4% 안팎 성장한 데는 뭐니뭐니 해도 수출의 힘이 컸다. 내수 투자 모두 저조한 상황에서 기업 수출이 버텨주며 성장을 견인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수출의 25.3%(지난해 기준)를 차지한다. 미국(14.9%)까지 합하면 40%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두 나라 모두 성장률이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여기에다 코로나 장기화와 가계부채·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 원자재·공급망 대란, 미국 통화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대선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거의 모든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경기 하방위험을 경고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정부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한국이 지난 2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자랑하더니,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대놓고 SNS를 통한 ‘경제 치적’ 홍보에 나섰다. 이 정부가 지난 5년간 일자리와 부동산·방역은 물론 탈(脫)원전과 탈자원외교 과정에서 빚은 참사에 가까운 실책에 대해선 일일이 다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그런 명백한 잘못에 대해 사과와 반성은커녕 자화자찬 일색이니 야유와 조롱에 가까운 댓글들이 수없이 달리는 게 당연하다.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판국에 정부가 한가하게 자랑할 거리나 찾고 있을 때인가. 대통령 말대로 “가장 긴장해야 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중국 등 주요국의 저성장으로 인한 글로벌 충격파와 공급망 및 원자재 수급 등을 꼼꼼히 살피고 챙겨야 한다. 대통령의 해외 출장도 꼭 필요한 때, 필요한 곳으로 나가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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