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놀이공원 안전사고도 지자체장 책임질수도

입력 2022-01-18 17:34   수정 2022-01-19 10:07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민간 기업에서 상당한 대비가 이뤄진 ‘중대산업재해’와 달리 공공 영역에서 벌어지는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선 모호한 법 내용 때문에 혼란이 크다. 인사·노무 분야 전문가인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진)로부터 중대시민재해의 적용 범위와 필요한 예방조치 등을 들어봤다.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에는 어떤 것이 있나.
“기차·지하철역, 지하도상가(연면적 2000㎡ 이상), 공항 여객터미널(1500㎡ 이상), 도서관(3000㎡이상), 박물관(3000㎡ 이상), 병원 등 의료기관(2000㎡ 이상 혹은 병상 수 100개 이상), 어린이집과 키즈카페 등 실내 어린이 놀이시설(430㎡ 이상), 실내 공연장·경기장(객석 1000개 이상),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매장면적 합계 3,000㎡이상), 주유소·가스충전소(바닥 면적 2000㎡ 이상)가 대표적이다. 16층 이상이나 연면적 3만㎡ 이상 건물도 적용대상이다. 음식점·영화관·학원·목욕탕·PC방·산후조리원은 바닥 면적이 1000㎡, 종교·의료·관광·숙박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이면 해당된다.”

▷중대재해법에 엮일 만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을 꼽자면.
“어린이집처럼 아이들이 주요 이용객인 곳, 공연장·경기장 등 많은 인원이 입장하는 장소, 유원지나 놀이공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영장을 비롯한 실내 운동시설에서도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안전사고 예방조치 없으면 누가 처벌받나.
“해당 시설을 소유하거나 점유하면서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 소유자가 별도로 있다면 소유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자체장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긴 어렵다.”

▷지자체,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이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외부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안내 표시 설치 등을 통해 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관리를 위한 인력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사기업과 달리 인력 채용에 제한이 있거나 상급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설 내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대응을 위한 안전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이에 필요한 예산·인력 등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 어렵다면 내부 업무분장 조정 등을 통해 안전관리 업무에 충분한 인력이 배치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해당 기관의 수장은 직접 안전보건에 관한 주요 사항을 총괄해야 한다. 대표로부터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도록 위임받은 임원도 경영책임자로 인정되는 일반기업과 달리 지자체·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은 기관의 장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사고가 있다면.
“눈길과 빙판길의 미끄러짐 사고, 폭우로 인한 침수 및 감전 등 자연현상과 기상 악화로 인한 사고다. 이런 사고도 예방을 위한 조치가 미비했다고 평가받으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위 기관 근무자가 업무 스트레스나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따른 질환 혹은 자살하는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 가능한가.
“해당 근무자의 업무내용 및 재해가 발생한 경위 등을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선 산업재해를 ‘작업환경이나 작업내용, 업무 그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로 정의했다. 스트레스성 질환이나 자살이 여기에 포함될 지에 대해선 논쟁이 있을 것이다.”

▷중대시민재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공중이용시설은.
“아파트·주상복합건물 등 공동주택, 전통시장, 학교, 유치원, 실외 체육시설(면적 5000 미만)은 제외됐다.”

▷그렇다면 이 시설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지.
“일반적인 시설 소유자나 관리자로서의 안전관리의무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시설 소유주가 시설 내 위험장소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주의나 안내표지를 두지 않아 재해사고가 나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될 수 있다. 전기안전관리법· 건축물관리법 등 다른 안전 관련 법도 지켜야 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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