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北 도발을 도발이라 못부르는 靑

입력 2022-01-19 16:41   수정 2022-01-20 00:15

“용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습니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정부가 왜 도발이라는 말을 피하느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박 수석은 “안보가 말로 하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우리는 압도적 대응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전날에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한 TV 방송에서 “북한이 도발한다고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방력을 증강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연초부터 잇따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와 변칙 기동으로 요격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17일 발사한 KN-24 미사일은 정점고도가 약 42㎞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최저 요격고도 50㎞보다도 낮다. 국방부가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군사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밝혔을 정도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용어는 큰 의미가 없다’며 도발이라는 표현을 한사코 못 쓰겠다는 것이다.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수개월 전 북한을 향해 ‘도발’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과 관련해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일 우리 군의 잠수함 발사 시험 전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시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이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한·미를 상대로 도발이란 표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를 두고 “책임과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은 다음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설명대로 안보가 ‘말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도 못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여당에서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간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유독 북한을 향해서만 ‘못할 말’이 있는 것일까. 청와대가 “용어가 무슨 큰 의미냐”고 따져 물을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미사일을 발사해놓고 ‘도발’이라는 표현에 발끈하는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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