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위성 2호기가 있는 우주센터 청정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진복을 갖춰 입어야 한다. 에어샤워로 먼지를 제거한 뒤 청정실에 들어가자 2650㎡(약 800평) 규모의 조립실이 보였다. 중형위성을 최대 8대까지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넓이다. 중형위성뿐만 아니라 소형과 대형급 위성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도록 벽·기둥이 없는 개방형 공간으로 지었다. 2040년까지 40~50대의 중형위성이 이곳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한창헌 미래사업부문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외에 위성 조립 시설을 갖춘 민간업체는 KAI뿐”이라고 말했다.
KAI 우주센터에는 ‘솔더링(soldering) 엔지니어’라 불리는 위성 납땜 전문인력도 15명가량 상주하고 있다. 부품 소자가 워낙 작기 때문에 이들은 광학 현미경을 통해 도면을 보고 납땜한다. 한 부문장은 “위성 납땜부터 조립까지 원스톱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위성을 반도체처럼 찍어내 수출하는 시대를 열 것”이라며 “실제 항공기와 위성을 묶어 패키지로 수출하는 거래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KAI의 위성사업 매출은 2020년 기준 약 1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 수준이지만, 2~3년 내 6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KAI는 지난해 9월 국내 항공 영상 분석 전문업체 메이사의 지분 20%를 인수하며 이 분야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현재 1차원에 머물러 있는 위성영상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우주 서비스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석유저장 탱크 사진을 위성으로 찍어 원유량을 분석하고 유가를 예측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게 KAI의 설명이다.
KAI는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훈련 체계 모델도 개발했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고 초음속 전투기 FA-50 시뮬레이터 모의조종석에 앉으면 3차원(3D) 증강 그래픽이 구현된다. FA-50뿐만 아니라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한국형 전투기 KF-21도 메타버스로 조종 원리를 익힐 수 있다. 아바타를 이용해 고가 항공기를 정비하는 메타버스 훈련 체계도 개발했다. 한 부문장은 “메타버스는 안전하면서도 실용적인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며 “신속하게 사업화해 군당국 일선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UA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는 UAM에 특화된 저소음, 자율 충돌 방지 기술을 고도화해 차별화된 비행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천=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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