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의 형사처벌 내용과 달리 손해배상액 관련 내용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대재해법은 최초 발의 때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처음엔 한도를 손해배상액의 5배 이상으로 정했지만 나중에는 과도한 부담이라는 지적을 반영해 5배 이내로 완화했다. 그럼에도 다른 법률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비교해 강도가 세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2011년 하도급법에서 최초 도입한 이후 현재 공정거래,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 등에도 있지만 대부분 배상액을 최대 3배로 정했다. 중대재해법은 신용정보법, 자동차관리법과 같은 최대 5배다. 게다가 법원이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다른 법률 위반 행위보다 높은 배상액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배상을 지는 주체는 경영책임자 등이 아니라 기업 등 법인이다. 경영책임자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전부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법인에 부과한 것이다.
중대재해법 위반이 있다면 무조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까. 이는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고의는 사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예산을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삭감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중대재해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 대충 넘기는 등 사회통념상 일반적인 수준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중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기업이 안전보건 업무에 관해 객관적으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충분히 했는데도 사고가 일어난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이 면책될 수 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등에 따라 별도로 위자료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할 7가지 사항으로 △사업주의 고의 또는 중과실 정도 △중대재해법상 의무 위반 행위의 내용 △피해 규모 △의무 위반 기간 및 횟수 △사업주·법인의 재산 상태 △피해 구제 및 재발 방지 노력 등을 제시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