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한도가 180억원대로 높았던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도 청약자 다수가 수십억원대 증거금을 납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뱅크 청약 당시 청약한도까지 증거금을 납입한 자산가들이 많았던 것처럼 이번 청약에서도 공모주를 1주라도 더 받기 위한 ‘쩐의 전쟁’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약 마지막날 자금을 이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시중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 출금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단기부동자금(현금·저축성예금·MMF·종합자산관리계좌 등) 1500조원 중 6%가량이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유입된 영향이다.
이번 청약에는 공동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을 비롯해 대신, 신한, 미래, 신영, 하나, 하이투자 등 7개 증권사에서 442만4470명이 공모주를 신청했다. 일반청약 물량은 당초 1062만5000주였으나 전날 우리사주 청약에서 약 35만 주가 미달되면서 총 1097만482주로 소폭 늘었다. 이 중 50%인 548만5241주가 균등배정 대상이다. 최소 청약수량인 10주를 청약한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에서 균등배정 물량을 1주 이상씩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 추첨을 거쳐 1주를 배정한다. 26%의 확률로 1주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청약에서는 계좌당 평균 2600만원의 증거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주 이상을 청약했다면 2100만원을 증거금으로 추가로 넣었을 때 비례배정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균등배정주식 1주와 비례배정주식 4주 등 5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30만원)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78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가총액은 약 70조2000억원에서 182조5200억원으로 치솟는다. SK하이닉스(91조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에 오르게 된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주당 48만원 평가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회사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이 46조원이어서 ‘따상’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 참여한 국내외 11개 증권사는 수수료로 총 892억원을 챙길 예정이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이번 IPO로 196억35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한 해 IPO 관련 수수료(약 700억원)의 30%가량을 한번에 거둬들이는 것이다.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98억1750만원씩을 챙길 예정이다. 여기에 기여도와 흥행 실적 등에 따라 총 공모금액의 0.3%를 성과수수료로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청약 증거금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이틀간 청약 증거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다. 이번에는 114조원이 몰리면서 증권사별 수십억원대 이상의 이자 수익이 가능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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