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문기 편지서 "초과이익 환수 세 번 제안"…유족 "회사는 고인 탓만"

입력 2022-01-19 14:14   수정 2022-01-19 14:16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생전 작성했던 편지가 공개됐다. 김 처장 유족 측은 "회사가 도움을 주지 않아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처장 유족 측은 19일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공개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보냈던 자필 편지를 남겼다. 경찰은 김 처장 변사 사건 수사를 목적으로 확보했던 이 편지를 유족 측에 돌려줬다.

김 처장은 편지에서 "대장동 관련 사업에 대해 일선 부서장으로서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번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저는 지난 10월 6~7일 양일간 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13일에는 세 번째 조사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회사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지원해주는 동료들이 없다"며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환수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며 "저는 그 결정 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지난 2015년 5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민간사업자들이 수천억원의 추가 개발 이익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추가한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해 수차례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수조항 삭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으로, 실무진들이 삽입을 제안했다가 7시간 만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처장은 환수조항 삽입을 거부한 임원이 누구인지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김 처장은 "저는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 BBJ(본부장)이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맞서며 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음을 말씀드리며 그들(민간사업자)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15년 3월부터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었고, 정민용 변호사는 당시 기획본부 산하의 전략사업팀 소속이었다.

김 처장의 친동생은 이날 한경닷컴에 "형님(김 처장)은 본인이 무언가를 결정할 권한을 지닌 게 아닌 실무자였을 뿐"이라며 "그런데 회사에서 문제를 형님의 잘못으로 돌리고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님은 생전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며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했다"고 토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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