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바이오'와 'KODEX 코스닥150'의 괴리율이 각각 1.68%, 1.54%를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회사는 "해당 ETF는 현재 신라젠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성공급자(LP)가 주식바스켓을 이용(헤지)한 장내 유동성 공급을 제한 받아 괴리가 발생했다"라며 두 상품의 괴리율 발생 사유를 설명했다.
같은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2.42%)와 'TIGER 의료기기'(1.95%), 'TIGER 코스닥150'(1.51%) 등 3종에 대해 괴리율 초과 발생 사실을 알렸다. 발생 사유에 대해선 "거래 정지 중인 오스템임플란트를 보유하고 있어 평가상의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괴리율은 ETF 상품의 추정순자산가치(iNAV)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뜻한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본래 기준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는 '고가매수',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저가매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이 1%를 넘어서는 상품은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는 증권가에서 논란이 뜨거운 기업들이다. 신라젠은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상장폐지를 통보 받았다. 앞서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이보다 앞선 이달 10일에는 임플란트 대장주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지난 10일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2215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종목들을 비중 있게 담은 ETF 상품이 여럿 된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시장 대표지수인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대표적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 지수에 편입돼 있는 상태다. 작년 5월 말 단행된 코스닥150지수 정기변경에서 편출된 신라젠도 ETF 자산구성내역(PDF)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거래 정지 된 종목이 지수에서 편출되는 경우 ETF 상품에선 해당 종목의 순자산가치가 거래정지 직전 종가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ETF는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다. '코스닥 150 생명기술지수'를 따르는 이 상품은 이날 기준 오스템임플란트(4.30%)와 신라젠(2.79%) 등으로 7% 넘게 담고 있다. 게다가 이 상품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올 들어 17%가량 급락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16.77%의 비중으로 포함하고 있다.
신라젠의 상장 폐지가 결정돼 정리매매 수순을 끝내 밟는 경우에는 ETF 상품들에 대한 악영향이 현실화된다. 신라젠의 주가가 급락하면 이 종목을 많이 담은 ETF들의 가격도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들도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라젠 상장폐지가 전해진 다음 날인 19일 하루 동안 개인들은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를 3834만원어치 순매도했다. 금액 자체는 적지만 작년 10월부터 3개월간 월간 순매수 기조를 이어온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데에서 이들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업계에선 금리 인상 등 금융리스크와 맞물려 '바이오 ETF'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의 전체 ETF 상품 등락률을 보면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가 26.33%의 손실로 꼴찌를 했고 'TIGER KRX바이오K-뉴딜'(19.78%)과 'KODEX 바이오'(17.19%)이 뒤를 이었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LP들이 헤지라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ETF 내의 주식바스켓을 편히 사고 팔 수 있어야 하는데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 이슈로 인해 이빨이 두개 빠진 셈"이라며 "금리가 오를 때 바이오 같은 성장주의 거품은 꺼지는 경향이 있다. 잇단 악재까지 겹친 만큼 바이오 ETF의 전반적인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기업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자산운용사들이 ETF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관련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신라젠 사태와 관련해선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 ETF 현황과 비중, 향후 대응방향 등을 공지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고객들이 세간의 대형 이슈를 파악하고 있기란 쉽지 않다"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논란의 기업을 담고 있는 ETF와 비중 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운용사 입장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부"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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