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안정 빼고 다 해도 된다"…서울대 교수 깜짝 발언 [건강!톡]

입력 2022-01-20 12:43   수정 2022-08-19 16:36



전종관 서울대학교 산부인과 교수가 임신부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대중적 인식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산모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138회 '명의' 특집에 출연했다. 그는 국내 다태아분만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배우 송일국의 세쌍둥이인 대한·민국·만세 출산 당시 함께한 그가 지금까지 받은 네쌍둥이 산모 수는 8명, 세쌍둥이는 450명, 쌍둥이는 4천 명가량에 달한다.

전 교수는 '특히 기억에 남는 산모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제가 의사를 하다 보면 아기도 엄마도 건강하면 엄마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빨리 잊힌다. 반면 엄마가 큰 사고를 당했거나, 그런 엄마들은 잊히지 않는다"면서 아기를 잘 낳고 맥박이 좀 빨라서 CT를 찍으러 갔는데 갑자기 맥박이 정상이 됐던 산모를 거론했다.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더니 갈 수 있겠다'라는 농담도 나눴는데 그 후 산모는 30분 뒤 사망했다고.

그는 "이런 일 때문에 분만을 접는 의사도 많다"면서 "직접 겪지 않으면 얼마나 괴로운 줄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살려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렇지만 잊히지는 않는다. 죽을 때까지 그런 부분은 기억에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산부인과 의사의 남다른 고충을 드러냈다.

전 교수는 이날 임산부들을 위한 뜻밖의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임신 중 안정과 태교가 사실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임신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30주가 넘어가면 '이렇게 힘드냐'고 하는데 엄마가 몰라야 임신을 하지, 알고는 못 하는 게 임신이라고 얘기를 한다. 배가 수시로 뭉치고 딱딱해지고 빠질 것 같고 몸은 또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른다"면서 "임신한 여성을 볼 때 많은 사람이 산모를 보지 않고 아기를 본다. 이걸 먹으면 아기에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전 교수는 "제가 볼 때 (산모에게) 제일 안 좋은 게 안정이다"라며 "저는 임신부들에게 안정 빼고 다 해도 된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오해 중 하나가 임신 12주까지 안정기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잘못되는 경우를 보면 임신 12주까지 잘못되는 경우가 80%다"라면서 "임신 12주까지 유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맞다. 그렇지만 유산될 아기가 유산되는 거다. 엄마가 누워있어도 유산될 애는 되고 매일 돌아다녀도 유산이 안 되는 애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을 취하면 몸이 나빠진다. 2주만 안정을 취하면 근육이 빠지고, 안 그래도 높은 혈전증의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면서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임산부의 삶의 질에는 왜 관심을 안 두느냐"면서 "누워있다고 조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안정이냐"고 했다.

그는 "태교 또한 좋다는 근거가 없다"면서 "중요한 건 일하는 여성들, 태교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죄책감까지 느낀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기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태교 못 해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서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전업주부든 직장인이든 엄마는 자기 일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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