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경계 허문 '롯데人' 육성에 사활"

입력 2022-01-20 17:25   수정 2022-01-21 01:16


“공정한 평가와 충분한 보상으로 인재를 확보하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상반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를 주재하고, 인재 육성과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했다. VCM 장소로도 서울 잠실 월드타워 롯데 본사가 아니라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을 택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사내 구인 플랫폼인 인커리어(In Career)를 도입할 정도로 경계를 허문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과감하게 조직문화 바꾸자”
롯데그룹은 20일 신 회장과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를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그룹 수뇌부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VCM을 열고 그룹 경영계획과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주제는 ‘롯데, 새로운 혁신’이었다. 신 회장이 이날 던진 화두는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다. 두 가지 방향을 주문했다. 신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디지털 전환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함께 인재·브랜드·디자인 등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롯데는 15만 명에 달하는 롯데 직원이 다른 계열사로 자유롭게 이직하는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침체’가 낡은 조직문화에 기인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모든 계열사 대표에게 ‘나는 어떤 CEO인가’를 스스로 질문하라는 주문이 자주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방향적 소통만 강조하고, 재무적 성과만 중시하는 경영자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롯데맨’을 외부 전문가로 교체하는 충격요법을 썼던 신 회장이 이날 개방성과 다양성을 강조한 것은 새로운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인사에서 신 회장은 4개 사업군 중 2곳의 수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 조직문화의 변화 의지를 신 회장이 앞장서 보여준 것이다. 이날 VCM에는 다음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도 참석했다.
인재개발원 29년 만에 재오픈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작년 말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한 롯데쇼핑 등 유통HQ에 강한 어조로 변화를 주문했다. “기존 고객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미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의 리더들이 매출 분석을 하면서 ‘반경 5㎞ 이내, 50대 이상에서 매출 절반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분석해봐야 과거 답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롯데그룹 혁신의 방향을 ‘선한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로 제시했다. ‘현재의 매출과 이익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3~5년 후 좋은 회사를 만들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전통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반의 혁신기업조차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서 중대한 위기에 처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들은 이날 VCM에 앞서 롯데인재개발원 개원식을 열고 혁신 인재 육성 의지를 밝혔다. 1993년 1월 처음 문을 연 롯데인재개발원은 원래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개인 재산을 들여 공장 부지로 매입한 곳이다. 롯데그룹은 연면적을 기존보다 세 배 늘리는 등 1900억원을 들여 29년 만에 인재개발원을 재개장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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