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쇄신에 나선다. ‘먹튀 논란’으로 류영준 대표 내정자가 사퇴한 이후에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또다시 리더십 교체 카드를 빼 들었다. 사업 초점도 마찰이 잦은 국내 시장 대신 ‘세상에 없던’ 시장으로 좌표를 이동한다.
○두 번의 리더 교체 강수
카카오는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카카오게임즈 대표·사진)을 차기 카카오 단독대표로 내정한다고 밝혔다. 남궁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올해 3월로 예정됐던 대표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 카카오는 “여 대표가 최근 사내외 강도 높은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 공동대표는 3월까지만 대표 임기를 다할 예정이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를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하지만 류 대표는 지난 10일 카카오 대표 내정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카카오페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면서 먹튀 논란을 촉발한 책임을 졌다. 지난해 11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그는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인 작년 12월 10일 카카오페이 임원들과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시간 외 블록딜로 매각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이날 임직원 대상의 글을 올려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봤다”며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새 키워드는 포용성장·신시장 개척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그룹의 ‘작동 방식’부터 쇄신할 전망이다. 골목상권 침해 등 지난해 시작된 카카오의 각종 논란은 계열사의 독립적인 운영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택시 호출) 비용 인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간 상장 추진 경쟁, 카카오페이 임원의 주식 대량 매도 등은 본사인 카카오와 상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스타트업 방식 의사 결정이 오히려 뇌관으로 작용한 것이다.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로 꼽힌다. 김 의장의 최측근이다. 현재 김 의장 집무실의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남궁 내정자는 김 의장이 1999년 설립한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창립 멤버였다.
김 의장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삼성SDS에서 부하 직원으로 처음 만났다.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병한 이후에는 김 의장과 네이버의 성장을 이끌었다. NHN 미국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맡아 지난해에는 카카오게임즈를 상장시켰다. 남궁 내정자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갖고 ESG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궁 내정자는 지난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아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사업 중심으로 카카오의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었다. 남궁 내정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 혁신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하겠다”며 “우리 시대의 화성, 무궁무진한 땅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발표에 시장은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주가가 이날 각각 2.1%(9만2300원), 6.25%(13만6000원) 상승했다. 카카오뱅크는 2.27% 오른 4만2750원, 카카오게임즈는 5.0% 오른 7만1400원을 기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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