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포치료제 기업인 아셀렉스(Arcellx)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증권신고서(S-1)을 제출하고 최대 1억달러(약 1191억원)를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활성도를 제어할 수 있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나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린 곳은 아셀렉스가 처음이다.
아셀렉스는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는 CAR-T 기술로 일찍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시리즈C 투자에서만 1억1500만달러(1370억원)를 끌어모았다.
CAR-T는 매우 강력한 세포치료제다. 하지만 치료 효과만큼이나 부작용도 크다. CAR-T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 상당 수에게서 싸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 발생한다. 면역물질이 체내에서 과잉으로 분출돼 면역세포가 전신을 공격하는 증상이다. 시판된 길리어드의 CAR-T 치료제 예스카타의 경우 13% 이상의 환자가 3등급 및 그 이상의 CRS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CRS를 없애는 것은 능사가 아니었다. CRS는 강력한 면역반응의 결과물이었고, 강력한 면역반응이 있어야만 몸 안 구석구석에 숨은 암 세포가 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CRS를 어느 정도 이하로 관리하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계속해왔다.
제어 가능한 ‘컨트롤러블 CAR-T’는 CAR-T의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상황에 따라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CRS를 환자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선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아셀렉스의 핵심 기술은 ‘스파X(SparX)’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암 단백질과 결합해 CAR-T(ARC-T)의 공격을 유도한다. 아셀렉스의 ARC-T는 암 항원을 인식하는 기존 CAR-T와 달리 스파X를 인식해 공격한다. 즉, 스파X 단백질이 없으면 ARC-T는 종양을 인식할 수 없다. 스파X의 투여 용량과 빈도를 조율해 ARC-T의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아셀렉스 측의 설명이다.
아셀렉스는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중간결과에 따르면 투약 환자 19명 중 13명(68.4%)에게서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관해(CR)를 확인했다. 객관적 반응률은 84.2%였다.
부작용도 기존 CAR-T에 비해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투약 환자 19명 중 1명(5.2%)에게서만 3등급 CRS가 나타났다. 시판된 CAR-T 치료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신경독성은 2명(10.5%)에게서 나타났다. 예스카타는 투약환자 중 31%에서 3등급 이상의 신경독성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제어할 수 있는 CAR-T가 연구되고 있다. 앱클론은 ‘Z CAR-T’와 티카로스의 ‘스위처블 CAR-T’가 그것이다. 두 곳 모두 아셀렉스의 스파X와 유사한 물질을 이용해 CAR-T의 활성도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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