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추가적으로 얻는 편익과 비용을 고려해 선택하죠

입력 2022-01-24 10:00   수정 2022-01-28 14:29

때는 바야흐로 백제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4세기 근초고왕 시기. 369년 9월 고구려의 고국원왕이 기병과 보병 2만 명을 거느리고 양국의 국경인 황해도 치양에 쳐들어왔습니다. 근초고왕은 태자인 수(후에 근구수왕)에게 이를 격파하라는 명을 내렸죠. 태자는 전투에 나가 용감하게 싸워 고구려 정예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내친김에 태자는 치양보다 더 북쪽인 수곡성으로 향했습니다. 연전연승을 거듭하던 백제군은 무서울 것 없이 고구려 영토 끝까지 갈 기세였죠. 이때 태자와 함께 원정을 왔던 장군 막고해가 더 이상의 진격을 막았습니다.
백제 태자가 진격을 멈춘 까닭은?
“태자마마, 일찍이 도가(道家)의 말을 들으니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얻은 바가 많은데 어찌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하십니까?”라고 태자에게 간언했다. 그러자 태자는 이를 받아들여 군사를 정비해 백제로 돌아갔습니다. 막고해는 도가사상을 언급했지만, 경제학적인 사고로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태자가 더 이상 고구려 영토 깊숙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시대는 노동력이 국력인 시대였죠. 노동력이 많아야 농사를 통해 군량을 넉넉히 비축할 수 있었고, 전투인원부터 군량수송 인원까지 충분히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를 계속하며 상대방 진영 깊숙이 진격한다고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승리는 하지만 보급선이 길어지면서 비축해두었던 군량도 빨리 소모되고, 군사들도 지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적국에 반격을 당해 큰 피해를 볼 수 있죠. 막고해도 이러한 상황을 걱정해 진격을 막은 것이 아닐까요?
앨프리드 마셜과 한계이론
경제학적으로는 이를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계(marginal)’는 독립변수가 한 단위 추가될 때, 종속변수의 변화 정도를 의미합니다. 한계편익은 재화·서비스를 한 단위 추가로 소비(생산)할 때 증가하는 총편익의 증가분, 한계비용은 재화·서비스를 한 단위 추가로 소비(생산)할 때 증가하는 총비용의 증가분입니다. 백제가 고구려에 처음 승리할 때는 얻게 되는 포로들과 말, 군량들로 편익이 증가하죠. 하지만 고구려 내륙으로 갈수록 보급선이 길어지고 군사가 피로하면서 승리를 위한 한계비용이 점점 증가합니다. 한계비용이 한계편익보다 큰 상황이죠.

한계이론은 앨프리드 마셜(사진)이 기존 경제학 내용과 관련한 연구를 정리한 《경제학 원리》에 녹아 있습니다. 마셜은 경제 주체인 개인, 기업, 정부가 한계이론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했죠. ‘한계’ 개념이 들어가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요·공급의 원리, 기업의 생산결정, 소비자 선택이론 등 미시경제학이 학문적 측면에서 발전하고 완성도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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