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을 향한 당내 일각의 비판에 단단히 뿔이 난 모습이다. 홍 의원은 윤 후보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전략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21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약 3시간 동안에만 페이스북에 네 차례 글을 올려 거듭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선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홍 의원은 본인의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SNS 활동을 시작한 이후 페이스북에서는 전보다 뜸해진 모습을 보였다. 본인의 지지자들이 모인 곳에서만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날 홍 의원은 가장 먼저 작성한 게시글에서 "문제의 본질은 국정 운영 능력 보완 요청과 처가 비리 엄단 요구에 대한 불쾌감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비난할 수 없으니 공천 추천을 꼬투리 삼아 윤핵관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했다.
이어 "누구나 공천에 대한 의견 제시는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다루면 되는 것인데, 그걸 꼬투리 삼아 후보의 심기 경호에 나선다면 앞으로 남은 기간 선거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그는 "내가 공천 두 자리로 내 소신을 팔 사람이냐"며 "내가 추천한 그 사람들이 부적합한 사람들이냐"고 거듭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진실은 회피한다고 덮이는 게 아니다. 국민과 당원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선거 캠프 참여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한 시간 뒤 홍 의원은 두 번째 글을 올려 "아무리 정치판이 막가는 판이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 당내 현안을 논의한 것을 공천 요구 구태로 까발리고 모략하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논의할 수 있겠냐"며 "대구 이진훈 후보야 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재형 원장이 어찌 내 사람이냐"고 했다.
홍 의원은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 공천 추천을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둔갑시키고 대선 전략 논의를 구태로 몰아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외 대선 전략 논의는 왜 공개하지 못하냐"며 "참 유감스런 행태들"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글에서는 '윤핵관'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홍 의원은 "선대위 합류 무산을 두고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윤핵관들의 언론 대책은 2018년 6월 위장 평화 지선 때 문 정권이 나를 모함할 때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며 "그때도 모든 언론들이 나를 퇴출 정치인으로 몰았지만, 숨겨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 할 때 '설마 그럴리가' 하곤 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참 음흉한 사람들"라고 했다.
오전 11시 15분께 올라온 마지막 글에서는 "(윤 후보와의 회동은) 아무런 이견(異見)도 없었던 두 시간 반 동안의 화기애애한 만찬이었다"며 "공천 추천 문제(관련 대화)는 막바지 가서 1분도 소요되지 않았고 그 외 향후 대선 전략에 많은 것을 논의했던 보람된 만찬이었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런데 이튿날 느닷없이 수하들이 나서서 잠깐 제안했던 합류조건도 아닌 공천 추천 문제를 꼬투리 잡아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공격하고 순진한 최재형 원장까지 동원해 나를 비난했다"며 "다른 건 몰라도 합의 결렬의 원인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모함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 후보와 가진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전략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만약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홍 의원을 직격했다.
이에 홍 의원은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정리했어야 한다"며 "어떻게 후보하고 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비난하느냐. 방자하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