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유독 아파요."
겨울철은 치질 환자가 급증하는 계절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치질을 앓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치질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솔직하게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질은 부끄러워도 꼭 치료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치질은 크게 치핵, 치열, 치루 세 가지로 구분된다.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 조직이 돌출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배변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조직에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이를 내치핵, 외치핵이라 부르는데 내치핵은 항문관 위쪽의 정맥총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고 외치핵은 아래쪽 정맥총이 돌출된 경우다.
치열은 항문 입구와 내부 사이 찢어지는 증상으로 배변 시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경련을 느낀다. 또 휴지에 밝은 선홍색의 피가 묻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만성화된다.
만성화된 치열에는 고름이 생기는데 이를 배출하기 위해 피부 속 구멍이 뚫리면서 항문 바깥쪽까지 통로가 생기는 것을 치루라고 한다. 이때 생긴 '농양'이라는 고른 주머니가 터지면 분비물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12월~2월 치핵 수술 건수는 5만 7000여 건으로 한 해 수술의 무려 30%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측은 겨울 추위로 항문 주변의 혈관이 수축하면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면서 치핵 증상이 심해진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잦은 술자리는 혈관을 더욱 확장시키고 함께 곁들이는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치질을 악화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느라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항문에 압력을 가해 치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질의 치료는 경과별로 4단계로 나뉜다. 치핵 1~2기는 항문에서 피가 나며 배변 시 혹이 나왔다가 배변 후 들어간다. 이 때는 좌욕 등의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치핵 3~4기는 항문 밖으로 돌출된 혹이 억지로 집어넣어야만 들어가거나 혹이 아예 들어가지 않을 때다. 이 시기부터 치료와 수술이 필요한 단계다.
치열과 치루는 보톡스로 수축된 괄약근을 조이는 치료를 하며 만성화된 치루는 농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 후 "삶의 질이 극적으로 향상됐다"는 만족감을 드러내는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배변 중 피가 비쳤다고 모두 치질이나 치핵은 아니다. 항문 주위에 갈라진 곳이나 농양이 생긴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대장암일 때도 출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치질에 대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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