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는 국가적인 당면과제다. 출산율을 높여 미래의 젊은 인구를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연금에도 그런 게 있다. 출산 장려 목적으로 도입한 '출산 크레딧' 제도다. 출산을 할 경우 국민연금 월 수급액을 더 얹어주는 제도다.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 여성의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알려져있지만 실제 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대다수가 남성이다. 이유가 뭘까.
더불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가입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울 수 있게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제도로 군복무크레딧, 실업크레딧 등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8년 1월 1일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입양)한 경우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에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준다. 둘째 자녀는 가입 기간을 12개월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 준다.
2명의 자녀를 낳은 경우 12개월이 추가로 인정되며 셋째까지 낳은 사람은 30개월을 추가로 가입한 것으로 분류한다. 자녀 네명을 키우는 사람은 48개월, 다섯명 이상을 50개월의 가입기간이 추가로 인정된다.
2008년 1월1일 이전에 출산을 한 경우엔 출산크레딧을 받지 못한다. 단 2008년 이후 출산을 한 경우엔 자녀 수에 따라 가입기간 인정이 가능하다. 2007년까지 2명의 자녀를 낳은 사람이 2008년 셋째를 낳은 경우 자녀 1인에 대해 18개월의 크레딧을 인정해준다. 2명의 자녀를 추가로 낳은 경우는 36개월이 인정된다.
출산크레딧을 통해 가입기간을 늘리게 되면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늘어난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을 더 받는 국민연금의 계산식 때문이다.
1980년생이 2013년부터 매달 300만원을 벌며 37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2045년부터 매달 83만2070원(현재가치 기준)의 연금 수급권이 생긴다. 2008년 이후 2명의 자녀를 낳은 경우 12개월의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아 연금액이 85만8710원으로 늘어난다. 셋째를 낳으면 89만8670원, 넷째 출산 후에는 93만8630원을 받을 수 있다. 5명 이상은 94만2860원으로 늘어난다. 2명 이상 자녀 출산으로 적게는 2만6640원에서 많게는 11만790원까지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출산크레딧 제도 적용으로 연금액이 늘어난 사람은 총 2494명인데 이 중에서 여성은 44명에 그쳤다. 비중은 1.76%에 그쳤다. 출산크레딧 수급자는 2015년 412명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혜택을 입고 있는 여성은 50명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여성 가입자의 상황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제도 가 2008년 이후 출생자를 둔 부모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권이 생기는것은 1960년생이다. 1960년생 여성이 2008년 이후 자녀를 낳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대다수 가구에서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남성이 먼저 얻게 된다는 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출산크레딧은 부모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부모 합의로 어느 한 사람의 가입 기간에만 추가된다. 두 사람이 합의하지 않으면 추가 가입 기간을 서로 균등하게 나눠서 각자의 가입 기간에 산입되지만 대부분은 한쪽에 몰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민연금을 먼저 받기 시작하는 남성의 연금에 출산 크레딧을 붙이는 것이 조기에 출산 크레딧 효과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여성은 출산으로 소득활동을 중단하는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 10년(120개월)조차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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