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前 헌재 수장이 위헌소송 앞장선 종부세, 폐지가 답이다

입력 2022-01-21 17:18   수정 2022-01-22 08:11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종부세는 잘못된 것”이라며 위헌소송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위헌소송을 진행하는 한 법무법인의 소송대리인단 10명 중 맨 앞에 이름을 올렸다. 헌법에 관한 한 최고전문가로 볼 수 있는 헌재 수장 출신 법조인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빛과 소금 역할을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한 점은 적잖은 함의를 갖는다.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의 직접 계기가 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이었다는 점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 잡는 게 법조인의 일”이라는 소송참여의 변은 종부세가 조세의 기본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 광범위하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 전 대행 외에도 많은 법률가가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2008년 ‘종부세 일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 주심이던 민형기 전 헌재재판관도 이 전 대행과 함께 소송을 이끌고 있다. 지방국세청장 출신 한 세무전문가는 사비 수억원을 털어서 ‘위헌청구 시민연대’를 꾸리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세금으로 먹고살았으니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이해해 달라”고 아내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석연 전 법제처장, 배보윤 전 헌재 기획조정실장, 강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자신의 일처럼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실한 종부세 신설에다 현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율까지 추가돼 법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합헌 여부를 따질 때 가장 일반적 기준이 ‘비례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점에서 ‘부자 때리기’식 종부세법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과도한 세율은 ‘조세평등 원칙’을 훼손하고, 재산세·종부세·양도소득세의 3중 부담은 재산권마저 위협한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규정이 없는 등 졸속 입법의 증거도 넘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너무 자주, 즉흥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투기 여부와 무관하게 부동산에서 이익을 얻었다는 이유로 ‘악당’으로 몰고, 이를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은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 정체와 대립한다. 최고 6%(농특세 포함 7.2%)에 달하는 종부세율은 무슨 변명을 갖다 대도 재산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다. 빨라야 올 연말인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국회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폐기’를 포함한 과감한 수정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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