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임기 연장’ 비판을 받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리했다. 조 위원은 앞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표를 냈지만 문 대통령이 전례를 깨고 이를 반려하며 비상임위원으로 바꿔 선관위에 남도록 해 대선 정국에서 ‘선관위 중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조 위원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청와대는 이후 문 대통령이 조 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신임 선관위원 임명 시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조 상임위원의 사의를 반려했지만, 본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재차 사의를 밝힘에 따라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조 위원은 “일부 야당과 언론의 정치적 공격”을 문제 삼았지만 선관위 내에서조차 관례를 깬 임기 연장에 반발이 컸다. 중앙선관위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선관위 직원 2900여 명 전원은 전날 내부 회의를 거쳐 “조 위원이 상임위원 만료와 동시에 용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친정부’ 논란이 있는 조 위원이 관례를 깨고 선관위원직을 유지하면 올 3월 9일 열리는 대선에서 선관위가 편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선관위 직원 대표는 조 위원에게 전화해 편지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조 위원은 “내 거취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조 위원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의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대표단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노정희 선관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조 위원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직원들은 지난 21대 총선 이후 초유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몸살을 앓으며 공정성 시비를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그 결과 실무 직원은 물론 간부진까지 뜻을 모아 청와대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데 합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올초 동일한 이유로 다시 한번 사표를 제출했지만 청와대는 이번에도 조직의 안정성과 선거 상황 등을 이유로 이를 반려하고 비상임위원으로 일하도록 했다.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3년 임기 만료 후 비상임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조 위원은 임기 내내 정권 입맛에 맞춘 편파적 선거법 해석에 충실했던 사람으로, 충성심을 인정받아 임기 연장이라는 전례 없는 특혜를 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조 위원의 후임 선관위원 인선을 대선 전에 마무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할 때 후임을 현시점에서 임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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