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기술력은 높지만 해외에 독자 진출할 정도의 여력은 부족한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많습니다. 그런 강소 SW에 대한 중국의 수요도 매우 큽니다.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중국 3대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 중 하나인 화성톈청(TEAMSUN·상하이 600410)의 이승열 부총재는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공략 파트너가 되겠다는 전략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부총재는 삼성SDS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올 1월부터 화성톈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에선 보통 최고경영자(CEO)를 총재, 그 아래 중역을 부총재라 부른다. 이와 별도로 이사는 동사, 이사회 의장을 동사장이라 칭한다.
이 부총재는 삼성SDS 중국법인에서 근무하면서 대외사업을 담당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 업무를 대내, 외부 기업에 SW를 판매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일을 대외로 구분한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뿐 아니라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등과도 함께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의 IT서비스 시장은 화성톈청과 디지털차이나, 랑차오 등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시스코나 IBM, 지멘스 등 해외 SW 총판권을 확보해 중국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수정, 배급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화성톈청은 2004년 상하이거래소에 상장했으며 2020년 기준 매출 39억위안(약 7300억원), 영업이익 7억위안을 올렸다.
이 부총재는 "중국에서도 기업용 SW를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안전성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성이 특히 중요한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지멘스 등 해외 기업들의 운영체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한국의 보안과 데이터관리 SW 업체들의 경쟁력이 특히 높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반도체 공장에서 운영체계와 별도로 안철수연구소(안랩)나 카스퍼스키(러시아), 시만텍과 노튼(미국) 등의 보안 SW를 쓰는데, 보안 SW가 불안정하면 주력 운영체계에 영향을 줘 공장 전체 가동을 멈춰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SW를 썼다가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해외 제품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총재는 "중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차세대 산업 현장에서 한국산 SW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 해외 제품을 쓰던 한국의 제조 현장에서 이제 안랩(보안)이나 티맥스소프트(데이터베이스), 파이어링크(방화벽) 등의 SW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전자와 LG화학 등에서 쓰는 한국산 SW들은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가격 경쟁력도 높아 중국 기업들도 활용하기를 원하지만 접점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국 SW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중국 전국 유통망을 가진 화성톈청이 중개 역할을 하면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윈-윈'하는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 부총재는 이에 대해 "외부 사람이 20년 넘게 전문성을 쌓은 한국의 SW의 핵심 코드를 풀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SW를 사서 뜯어보고 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중국 업체들이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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