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인 '지리(Geely)'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메이주(Meizu)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최근 몇 년 간 모바일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제조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빅 딜'이 성사될 지에 주목됩니다.
22일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36크립톤(36Krypton)'은 지리는 최근 메이주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양 사 대표가 만나 인수를 적극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금액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리는 이에 앞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할 신지 타임즈(Xinji Time)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지리는 해당 법인에 이미 약 1조7800억원(15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ZTE,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의 핵심 R&D 인력과 경영진들을 다수 영입했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리 쉬푸(Li Shufu) 지리 홀딩 그룹 회장은 36크립톤에 "휴대전화는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혁신의 수단"이라며 "자동차 시장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리는 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는 협력사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이 유력 선택지로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매체는 "지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리는 완성차 업체와 합작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그룹입니다. 지리는 스웨덴 볼보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가진 다임러의 2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로터스, 폴스타 등 다양한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지리는 그간 오래전부터 모바일 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고 합니다. 지난해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모바일 사업에 본격 뛰어들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지리가 인수를 검토 중인 메이주는 사실 중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입니다. 메이주라는 브랜드는 설립된 지 20년이 넘은 브랜드지만, 지속되는 부품 생산 차질과 마케팅 실패로 최근 몇 년 간 실적은 연일 하락세입니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도 100만 대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리가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다면 스마트폰 및 자동차 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전기차 부품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LG전자와 베트남 빈그룹과는 정반대의 행보인 만큼, 실제로 인수가 이뤄질 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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