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진 "퓨전만의 매력 있듯…제 목소리 지문처럼 남겨야죠" [인터뷰+]

입력 2022-01-23 09:15  


눈을 감고 가만히 묵직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웅장한 기운이 가슴을 한가득 메운다. 성악 발성 특유의 단단함 사이에서 피어오른 따뜻한 감성은 금세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힌다. 성악가 겸 크로스오버 가수 손태진이 하는 음악의 특징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손태진은 2016년 '팬텀싱어'에 출연해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곧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신드롬의 시작이 됐다. 포레스텔라, 라포엠까지 잇달아 큰 사랑을 받으면서 포르테 디 콰트로는 크로스오버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 내 베이스를 맡았던 손태진은 부드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런 그가 솔로 가수로 목소리의 감동을 한층 가깝게 전했다. 첫 솔로 EP '프레젠트' 시리즈를 선보인 것. 지난해 11월 첫 앨범을 낸 데 이어 지난 14일 두 번째 음반 '더 프레젠트 투데이즈(The Present Today's)'를 발매하며 2부작을 완성했다.

손태진은 이번 앨범에 대해 "'프레젠트'라는 주제로 선물 그리고 현재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 오늘이 나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고 소개했다.

첫 솔로 EP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의미를 부여한 이유에 대해 그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와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음악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얻지 않느냐. 노래가 끝나고 가사를 곱씹으면 철학적인 생각까지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오늘'은 서정적인 가사를 소화하는 손태진의 따뜻한 보컬이 삶에 대한 진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로, 권지수·이재호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가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손태진은 '더 프레젠트 투데이즈'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이 '오늘'에 가장 잘 들어있다면서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이 나중에는 가장 그리워하는 날이 될 거라는 내용이다. 이걸 알지 못한 채로 지나갔던 순간들이 많지 않느냐. 그냥 지나쳤던 인연들을 떠올리며 후회할 때가 있는데 조금 더 넓은 시야와 마음으로 오늘을 바라보면 좋겠다고 느끼게 되는 곡이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도 일치한다고. 손태진은 "삶의 모토가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자는 거다. 좋던 나쁘던 하나의 경험이자 배움이라 생각한다. 긍정적이라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 편"이라면서 "적당한 선에서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두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서 작은 목표들부터 이루면서 해나가는 성격이다"고 전했다.


전작 '더 프레젠트 앳 더 타임(The Present At The Time)'이 편안하게 감상하기 좋았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묵직한 음악과 감정선으로 예술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의 고민은 없었을까. 손태진은 "사실 예술성은 다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공법을 택하느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난 일반 발라드 가수라고 할 순 없지 않냐. 다른 색깔을 가진 특수 장르에 속한 가수라서 그 매력을 더 살릴지, 누가 들어도 편한 곡을 할지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면서 "예술성으로 보면 이전 앨범보다 조금 더 기승전결도 많이 넣는 등 감정 소모가 있는 곡들이 담겼다"고 답했다.

다만 타이틀곡 선정에 있어서는 가곡의 느낌이 조금 덜한 곡을 택했다. "정하기 힘들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첫 앨범인 만큼 음악적인 정체성을 깔아놓는 게 좋을지, 아니면 듣기 편한 걸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오늘'과 '마중'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늘'은 가요 같기도 하고, 디즈니 작품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다. 반면 '마중'은 나만의 감정으로 노래해서 따라 하기 힘들고 성악 쪽으로 조금 더 치우친 목소리의 매력을 담았다"면서 "그러다 결국 앨범 전체의 큰 틀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는 '오늘'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오늘'의 가사는 김이나 작사가가 썼다. 김이나의 놀라운 표현력에 연신 감탄했다는 손태진은 그 의미가 자신의 목소리를 거쳐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그는 "과거에는 몰랐던 '오늘'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져 앞으로는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내용이다. 가사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있다. 그걸 어떻게 노래로 와닿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약간의 이질감만 생겨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느냐. 이 5분의 이야기를 멈추지 말고 들어달라는 마음을 넣어야 하는 게 정말 예민한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손태진과 성악의 인연은 대학생 때 시작됐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대학교에 입학해서야 본격적으로 성악을 전공했고, 군악대 성악병으로 복무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됐다는 그였다.

손태진은 "군대에서 정말 이런저런 노래를 다 했다. 이전에는 성악 4중창으로 결혼식 축가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는데, 군악대에서는 이문세 노래부터 '최진사댁 셋째달', '오 해피데이'까지 불렀다. 관객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에 매료됐다. 그렇게 전역 후 크로스오버 중창으로 활동을 하다가 운명처럼 '팬텀싱어'를 만났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팬텀싱어' 우승을 계기로 포르테 디 콰트로가 크로스오버 장르를 대중에 친숙하게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손태진은 "부담스러운 건 없고 팩트"라며 너스레를 떨다가 이내 "부담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팬텀싱어'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진 분들이 없었다. '이게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클래식의 힘과 크로스오버 4중창의 미래를 본 사람들 입장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했다. 모든 가수들이 노력했는데 그에 따른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게 놀랍고 믿기지 않았다. 그 덕분에 시즌 2, 3과 올스타전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절대 멈춰있으면 안 된다"면서 "크로스오버 팀들이 서로 도전하는 걸 지켜보면서 많이 힘을 얻는다. 솔로로서도 분명히 누군가 나를 보면서 배울 점이나 하지 말아야 할 점들을 생각할 테니 퀄리티만은 항상 최선을 다해 채워놔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아직은 작은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우리끼리 서로 원동력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크로스오버의 매력이요? 클래식, 가요, 재즈 등 여러 개 장르의 섬들이 있다면 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게 저희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의 연결을 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작품들이 곧 장르라고 생각해요. 한식 파스타처럼 퓨전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있잖아요. 이제껏 듣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 특히 실황으로 들어야 확 와닿죠."

솔로로 나선 만큼, 가수 손태진의 목표도 궁금해졌다.

"계속 제 목소리와 음악을 알리는 게 목표 아닐까요? '팬텀싱어'를 한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더라고요. 개개인의 색깔을 더 뚜렷하게 해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절 모르는 사람도 '손태진이라는 가수 목소리 좋더라'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제 목소리가 마치 하나의 지문처럼 많은 사람들 마음에 남지 않을까요?"

끝으로 그는 향후 활동 계획과 관련해 "포르테 디 콰트로 4집, 투어 등이 준비돼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못했던 음악적인 도전들을 하고 싶다. 감사하게 예술의전당 마티네 공연 해설도 맡게 됐다.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기회들을 잘 잡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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