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M&A를 가장 많이 한 빅테크는 MS(56건)였다. 인공지능(AI) 기반 음성기술 회사 뉘앙스커뮤니케이션을 190억달러(약 22조6575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 사례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각각 29건, 22건의 M&A를 했다. 지난해 아마존은 85억달러에 대형 영화 제작사 MGM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메가딜’도 완료했다. 알파벳의 인수액 규모(220억달러)는 10년 만의 최대치였다. MS와 아마존의 인수액은 각각 257억달러, 157억달러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빅테크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빅테크가 잠재적인 경쟁사를 인수해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6월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앉힌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칸 교수는 예일대 로스쿨 졸업 당시 작성한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칸 위원장 취임 뒤 FTC는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며 규제의 칼날을 빼들었다. 하지만 M&A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본격화하기 전에 빠른 속도로 M&A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법정에서 (빅테크를 규제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오면 다른 판사들이 이를 따르기 쉬워진다”며 “빅테크는 그 전에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FTC가 “추후 (M&A와 관련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CNBC는 “빅테크의 M&A가 무효화될 수 있어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M&A 절차는 험난해질 전망이다. 미 경쟁당국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TC는 지난 18일 법무부와 공동성명을 내고 시대에 뒤떨어진 M&A 승인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MS가 미국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다음날엔 칸 위원장이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빅테크가 우리를 위협할지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 FTC 위원인 빌 코바시치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FTC가 빅테크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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