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 말부터 외부 전문가들을 무더기로 영입하고 있다. 변호사, 의사, 간호사, 산업안전지도사, 건설안전기사 등 업종도 다양하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 조직 구성과 동시에 전문 인력들을 대폭 확충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사업본부 포함)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이미 영입했거나 공모를 진행 중인 외부 인력은 총 29명이다. 산업안전지도사,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 등 안전관리자 15명과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관리사 등 보건관리자 13명, 변호사 1명 등이다.
서울시가 이 같이 단기간 외부 전문가를 한꺼번에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안전, 보건, 법률 전문가를 확충하고 있다"며 "민간에서도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해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지만, 시는 지난해부터 공모작업을 서둘러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에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갖춰야 한다. 또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선 별도의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한다.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들도 이 같은 법 규정에 맞추기 위해 안전·보건 인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3~5명 가량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전라남도 여수시는 재직 공무원을 교육시켜 안전·보건 전문인력으로 키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 인력 확충 규모가 다른 시·도의 6~9배 가량 많은 이유는 법상 모호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한 영향도 있다. 시 관계자는 "사업장 별로 전문인력 확충 의무가 적용되는지 모호할 경우에는 무조건 의무를 지킨다고 해석해 전문가를 선임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또 중대산업재해예방팀과 중대시민재해예방팀을 신설해 그동안 각 국실별, 사업장별로 해오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중대시민재해에방팀은 법적 위험 평가, 법리 해석 등을 전담하는 전문 변호사도 채용키로 했다.
공공부문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미 중대시민재해 안내서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25개 자치구와 사업소에 배포했고, 중대산업재해 실무 메뉴얼도 제작에 들어갔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후 즉시 총괄부서를 지정하고 가이드라인 제작을 시작하는 등 이미 1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며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각종 시설물과 현장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예방 중심의 재난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준비사항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직접 챙기고 있다. 오 시장은 최근 회의에서 "안전과 비용 문제가 충돌할때 또는 안전과 시간 문제가 충돌할 때 무조건 안전을 선택하라"고 당부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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