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 근로제로 전환한 기업엔 입사하려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주 4일제 채택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글로벌주4일제’가 최근 내놓은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미국인이 늘고 있지만 근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기업은 예외라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분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볼트도 ‘꿈의 직장’으로 떠오르며 이력서가 쏟아지고 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스타트업이 빅테크(대형 IT기업)도 도전하지 않은 주 4일제를 감행한 데는 라이언 브레슬로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경영 철학이 있었다.
볼트가 주 4일제로 운영하는 것은 ‘착한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기적인 이유”로 주 4일제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잦은 회의 등 회사에서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브레슬로 CEO는 “10시간을 일했든 60시간을 일했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대신 직원들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측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사자’처럼 일하길 바란다. 브레슬로 CEO는 “사자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고 다음 사냥을 위해 쉰다”며 “주 4일제 도입을 통해 휴일을 늘리면 하루 일과를 질질 끄는 피곤한 좀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볼트는 유연한 기업 문화로 알려졌지만 ‘본업’도 잘하는 회사다. 볼트는 브룩스브라더스 포에버21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소매업체가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정보를 기재할 필요 없이 빠르고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결제 과정이 불편하면 소비자의 중도 구매 포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볼트의 ‘원클릭 결제 서비스’는 소매업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볼트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1000만 명에 달한다. 작년엔 매출 5000만달러를 거뒀다.
볼트가 넘어야 할 경쟁 상대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아마존페이와 같은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브레슬로 CEO는 “결제 과정이 복잡하면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아마존은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말 아마존 부회장 출신 마주 쿠루비야를 볼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볼트는 전자상거래시장 성장과 함께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면서 지금까지 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스웨덴 핀테크 기업 팁서를 인수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브레슬로 CEO는 “볼트 이용자 수는 올해 말까지 적어도 5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브레슬로 CEO에겐 다른 직함도 많다. 그는 2018년 디지털 지갑 플랫폼 에코를 세운 설립자이기도 하다. 브레슬로 CEO는 대학 시절부터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비영리 댄스강습소 더무브먼트를 설립했다. 그의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경제적 취약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춤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주 4일제를 빠르게 도입한 CEO답게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그는 쉬는 날이면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푼다. 브레슬로 CEO는 “춤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며 “온 세상이 춤출 때까지 강습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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