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양돈 수직계열화'…선진, 위기에 더 강해졌다

입력 2022-01-23 17:25   수정 2022-01-24 00:38

하림그룹의 사료·양돈 계열사 선진이 코로나19에 따른 유례없는 글로벌 ‘프로틴플레이션(단백질+인플레이션)’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사료, 돼지고기 가격이 모두 치솟는 등 경영 환경이 급변했지만 양돈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뤄놓은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축산업 수직계열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직계열화로 리스크 줄여
23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선진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1조3481억원) 대비 약 20%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이상 기후와 코로나19발(發) 물류대란 등으로 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육류 등 단백질 공급원 가격이 치솟아 선진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축산회사에 인플레이션은 위기 요인이다. 예컨대 농장에서 키운 돼지를 받아 유통·판매하는 식육사업은 돼지 가격이 높으면 이익이 줄어든다.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양돈사업은 곡물 가격과 운송 비용이 올라 사료 가격이 치솟으면 직격탄을 맞는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축산업은 사료 가격 등락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선진은 일찌감치 이런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료부터 양돈, 식육, 육가공으로 이어지는 양돈사업 전반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돼지값이 크게 올라 식육사업이 어려워지면 양돈사업에서 이를 메우고, 사료 가격이 올라 양돈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사료 사업에서 추가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선진 관계자는 “양돈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뤄놓은 덕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남아 등 해외 매출도 늘어
선진은 중국과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선진의 해외 사업 매출은 3395억원이다. 전년(2547억원) 대비 33.3% 늘었다. 특히 사료부문 해외 매출이 2665억원으로 전년(1694억원)에 비해 57.4% 급증했다. 선진은 28%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2025년 36%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하림그룹의 독립 경영 정책도 선진이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배경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2007년 선진을 인수한 뒤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지 않았다. 인수한 회사에 자신의 사람을 앉혀 회사를 장악하는 대신 철저하게 자율경영을 보장했다. 이범권 선진 대표는 2002년 대표를 맡아 올해로 20년째 선진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인수 이후 선진의 사명도 그대로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선진이 하림그룹 계열사라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많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원래 일하던 사람이 회사 일을 가장 잘 안다’는 지론에 따라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독립 경영을 보장해왔다”며 “선진 임직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자율 경영을 보장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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