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회사에 인플레이션은 위기 요인이다. 예컨대 농장에서 키운 돼지를 받아 유통·판매하는 식육사업은 돼지 가격이 높으면 이익이 줄어든다.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양돈사업은 곡물 가격과 운송 비용이 올라 사료 가격이 치솟으면 직격탄을 맞는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축산업은 사료 가격 등락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선진은 일찌감치 이런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료부터 양돈, 식육, 육가공으로 이어지는 양돈사업 전반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돼지값이 크게 올라 식육사업이 어려워지면 양돈사업에서 이를 메우고, 사료 가격이 올라 양돈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사료 사업에서 추가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선진 관계자는 “양돈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뤄놓은 덕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의 독립 경영 정책도 선진이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배경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2007년 선진을 인수한 뒤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지 않았다. 인수한 회사에 자신의 사람을 앉혀 회사를 장악하는 대신 철저하게 자율경영을 보장했다. 이범권 선진 대표는 2002년 대표를 맡아 올해로 20년째 선진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인수 이후 선진의 사명도 그대로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선진이 하림그룹 계열사라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많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원래 일하던 사람이 회사 일을 가장 잘 안다’는 지론에 따라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독립 경영을 보장해왔다”며 “선진 임직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자율 경영을 보장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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