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1세대 캐주얼 의류업체인 한세엠케이와 세정, 인디에프 등 중견 패션업체들은 최근 2~3년 새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캐주얼 브랜드 TBJ, 앤듀, 버커루 등을 운영하는 한세엠케이 매출은 2018년 3230억원에서 지난해 2152억원으로 3년 만에 33% 감소했다.
세정그룹은 지난해 3월 캐주얼 브랜드인 NII를 팔려고 시장에 내놨으나 10개월째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인디에프는 캐주얼 브랜드 테이트의 매출이 계속 줄어들자 지난해 10월 스트리트 브랜드로 전면 개편했다.
점차 고급화하고 있는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저가 전략을 고수한 게 패착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2010년대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종합몰 전략에 맞춰 대형마트에 입점했다. 이후 디자인 등 제품의 본연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1세대 캐주얼 브랜드가 경쟁력을 잃고 서울 수도권 등 주요 백화점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가격 경쟁을 한 게 브랜드 이미지에 독이 됐다”고 말했다.
중저가 캐주얼의 빈자리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신생 스트리트패션 브랜드들이 채우고 있다. 최근 수도권 A백화점은 영캐주얼 매장을 새단장하면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정리했다. 이후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에서 인기 있는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등을 선별해 입점시켰다.
백화점에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영캐주얼존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문을 연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매장이 없다. 대신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을 들였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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