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은 주어진 문제에 최선의 답을 내는 학생을 높게 평가하는 교육시스템이다.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교 등수까지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에 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최근 국내 의과대학 진학 열기를 고려하면, 요즘 전공의들은 전국에서 뽑힌 문제 풀기의 달인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전공의가 돼 환자를 보면 시험 문제 풀듯 술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의대 교육과 병원 현실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문제를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만 있을 뿐, 이 환자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주치의 스스로가 발견해야만 한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일에 익숙했던 그들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겉으로는 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약간의 수분 불균형으로 전신 부종이 시작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이 문제가 며칠간 누적되면 폐부종과 함께 갑작스러운 호흡부전이 발생하면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기도 한다. 만약 그가 초기에 수분 불균형이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조정해줬다면, 그 환자는 이런 중환이 됐을까? 의대에서 아무리 문제를 내고 교육을 해도, 정작 실전에서는 그 문제를 ‘발견’하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 전공의들의 고생의 차이는 문제를 찾지 못한, 본인이 초래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 잘하는 주치의가 보는 병동은 재미없을 정도로 아무 일이 없다. “기본에 충실하고, 문제를 초기에 발견해서, 중환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게 필자가 매일같이 전공의들을 교육하는 주제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게 의사에게만 국한된 얘기일까? 사실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얘기 아닌가? 집이건, 직장이건, 심지어 나랏일이건, 초기에 사소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나는 일은 우리가 흔하게 보지 않았는가. 인생에서는 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찾는 게 항상 더 중요하다. 문제도 모르는 사람이 대체 무슨 답을 찾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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