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10건 중 8건이 직전 최고가 대비 낮은 가격이었다는 것은 집값 상승세가 확실히 꺾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직 서울에서는 강남 등의 폭이 줄었을 뿐 상승세를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곧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다만 대통령 선거, 금리 인상 등 변수가 많아 중장기적인 향방을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 전용 128㎡는 지난달 13일 38억2000만원(12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같은 주택형이 41억4000만원(10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3억원 넘게 떨어졌다. 이 단지는 대치동의 간판 재건축인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중 하나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4억5000만원(17층)에서 지난달 22억2500만원(29층)으로 2억원 넘게 하락했다.
강남권에는 2019년 ‘12·16 대책’ 이후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아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덜 받았다. 하지만 시장 전반에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되고 금리 인상으로 주식, 암호화폐 등이 큰 폭으로 조정받자 영향을 받고 있다.
자금이 급한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급매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혼부부나 젊은 층 등 대출 비중이 높은 ‘영끌족’이 많이 매수한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에서 하락 거래가 많은 이유다. 도봉구 ‘창동주공1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7월 7억7000만원(5층)에 신고가를 썼다. 이후 거래가 끊겼다가 지난달 6억7500만원(13층)으로 한번에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 하남 ‘미사강변호반써밋’ 전용 99㎡는 지난해 5월 15억7000만원(9층)에 거래되면서 대출 금지선(15억원)을 넘겼으나, 지난달 12억원(3층)으로 3억7000만원 떨어졌다. 인천 서구 ‘청라제일풍경채2차 에듀앤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9억원(17층)에서 지난달 7억1800만원(19층)으로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서울에선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 기준 1053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저치를 찍은 2008년 11월(1163건)보다 낮은 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거래는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기한이 남았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조정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택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전체로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이후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매수세가 다시 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수요가 탄탄한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나 초고가 아파트 등에선 간간이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에서 단기간에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매매 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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