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본부, 업계 요구 강력 전달했다는데…美선 전혀 몰라"

입력 2022-01-24 18:01   수정 2022-01-25 01:40

“미국 정부는 철강 관세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요구사항과 절박함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를 두루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는 2018년 수입 철강 제품에 일제히 25%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그대로 관세 폭탄을 떠안았다. 한국은 쿼터제를 수용해 3년 평균 수출량의 70%까지만 수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EU에 대한 무관세 합의를 공식화했다. EU의 대미 무관세 철강 수출량은 약 330만t으로 한국 철강 수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한국도 무관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 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미국 관료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불만을 전달하고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고 밝혀 왔다. 여 본부장은 작년 11월 브리핑에서 “미국이 EU와 협상을 타결하고, 일본과 협상을 개시한 만큼 한국도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요구 사항을 거의 몰라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여 본부장 등이 표현한 ‘강력한 전달’은 이야기를 꺼냈다는 정도의 의미일 것”이라며 “미국이 아직까지 한국과의 철강쿼터 협상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것은 일반적 의미의 강력한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 정부에 제대로 말도 못 꺼내면서 국내에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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